[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그간 안전자산만 고집하던 투자자들이 최근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예금잔액이 줄어들고 주식과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이른바 '머니무브'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공모주 ·ELS '대박'..위험자산'으로 '고고'
증권업계에 따르면 8일 에이테크솔루션은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결과 14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들어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이날 마감한 엔에스브이도 56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증거금도 6100억원에 달했다. 최근 호전된 증시 상황과 맞물려 활기를 띈 공모주 청약에 개인투자자금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도 작년말 보다 5조 늘어 14조 5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IPO팀장은 "지난해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하루에만 공모주와 관련해 계좌개설이나 청약 방법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100건이상 온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정기예금 등을 이용했던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쪽으로 관심을 옮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약세장에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ELS 발행규모도 부쩍 증가했다.
지난해 월 3조원까지 팔았던 ELS발행규모는 급락이후 11월 950억원까지 급감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에는 5800억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절반 가까이 차지했던 원금보장형 비중이 줄어들고 원금비보장형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ELS 발행규모도 증가했지만 원금비보장형이 지난해 말 50%에서 최근 80%까지 증가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며 "몇달전까지만해도 위험을 회피하려고만했던 투자자들이 이젠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 변화는 있지만 추세전환은 아냐
그러나 이러한 흐름만으로는 전체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옮겨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소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객 예탁금이 증가한 것은 지난 달 반등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2조 가량 매도한 금액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어 실질적으로 투자대기자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나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뚜렷하지 않은 점은 개인들의 위험선호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일부 자산이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긴 했으나 이는 예금에 묶여있던 일부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며 " 여전히 저축성 예금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개인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선 소득사정이 좋아져야 하는데 기업이나 부동산 등 경기는 여전히 침체국면으로 시장에서 기대하는 수준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투자적격 최하위급등인 BBB-급 회사채 금리는 12%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는 여전하다는 점을 알수 있다"며 "신용스프레드가 줄어들었들 때 머니무브현상을 본격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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