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성장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제5차 에너지 분야 주요이슈 및 정책분석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미국발 셰일가스 개발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무역·투자·서비스를 아우르는 형태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박사는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성장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제5차 에너지 분야 주요이슈 및 정책분석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서 셰일가스 개발의 대응전략으로 '시스템 융복합재'의 개념을 제시했다.
시스템 융복합재는 단품 중심의 거래에서 설계, 건설 등 다양한 서비스와 운영·유지·관리 등의 투자요소가 포함된 서비스를 뜻한다.
신 교수는 미국 기업들이 셰일가스 생산 기반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음에도 국내 기계, 플랜트 기업들은 수혜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에서는 독일에 밀리고, 저가 제품에서는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탓이다.
그는 "셰일가스 개발로 독일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기자재가 미국에 많이 수출됐다"면서 "미국의 기술 표준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셰일가스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에너지 강재와 강관, 자동밸브 등에 사용되는 특수강의 경우 중국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으로 지목됐다.
신 교수는 셰일가스가 촉발한 에너지 혁명에서 성장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과 중국 등의 기업과 직접 경쟁을 펼치기보다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한국석유공사나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단순 투자만 할 게 아니라 부가가치늘 낼 수 있는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해 이익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자원개발 산업 부문에서는 장기적 안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 교수는 "독일 연기금의 경우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부품과 소재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20년 동안 관찰하고 지원해 왔다"면서 "독일 중소 기업들이 미국 셰일가스 관련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장기적 투자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미국산 셰일가스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동은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산 셰일가스의 영향력을 차단할 목적으로 올 하반기부터 공급확대와 원유 수출 가격인하 정책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국제원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는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미 원유 수출 가격만 내린 것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중동과 미국이 유가를 떨어뜨리는 치킨게임에 돌힙할 경우 시설 노후와로 생산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결국 도태되기 때문에 5~10년 뒤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2년동안 생산시설에 대해 집중 투자해 원가 부담을 던 반면 북미와 주변 지역은 막대한 투자금 소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셰일가스 생산으로 인해 미국 제조업체들의 기초체력은 건실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셰일가스로 인해 발전단가가 낮아지고, 이는 전력요금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특히 미국의 경우 에너지 수입에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에 성공할 경우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 정부 재정도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