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화학의 내년 인사는 '채찍'보다 '안정 속 개혁'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 대신 사업부 재편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27일 석유화학과 정보전자소재, 전지 등 현행 3개 본부체제에서 '3본부 1부문' 체제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사업본부는 기초소재사업본부로 변경하는 한편 정보전자소재사업부, 전지사업본부에 더해 재료사업부문 조직을 신설했다.
개편된 조직에 맞춰 역할도 조정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박 부회장은 그간 최고경영자(CEO)와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겸임해 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보다 큰틀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전체 사업을 관장해 나갈 예정이다. 권한이 확대되는 동시에 책임감도 그만큼 무거워지는 셈이다.
박 부회장으로부터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바통을 넘겨받는 인물은 손옥동 부사장(현 ABS사업부장)으로 정해졌다. 1958년생인 손 신임 부사장(
사진)은 부산대를 졸업한 뒤 1982년 LG화학에 입사했다.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IT기기·자동차 등에 쓰이는 고부가 합성수지) 영업, 중국 닝보 소재 용싱 법인장, PVC(폴리염화비닐)사업부장과 ABS사업부장 등 석유화학 분야에서 다양한 직책을 경험했다.
LG화학 측은 "ABS 사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달성 등 탁월한 성과를 창출했다"면서 "악화된 경영환경에서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등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석유화학사업본부는 새 수장을 맞는 동시에 기초소재사업본부로 간판을 교체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가 원유 기반의 나프타에서 셰일가스와 탄소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재료사업부문의 신설이다.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에서 주도하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양극재 전지재료 등을 따로 떼어냈다. 재료부문에서 미래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주력사업으로 육성시킬 목적으로 신설했다는 게 LG화학 측의 설명이다.
재료사업부문장에는 노기수 부사장(현 기능수지사업부문장)이 선임됐다. 1957년생인 노 신임 부사장(
사진)은 서울대 화학공학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일본 화학기업 미츠이를 거쳐 2005년 LG화학으로 옮겨와 폴리올레핀연구소장(상무), 석유화학연구소 연구위원(상무)을 거쳤다. 지난 2009년에는 고무·특수수지사업부문장을 맡아오다 2012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부터는 기능성수지사업부문장을 맡아왔다.
LG화학 관계자는 "연구위원으로서 국내 최초 고탄성 합성 수지인 엘라스토머 개발 등 연구 성과를 거뒀다"면서 "고무·특수수지사업부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자로서도 우수한 성과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영기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과 권영수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