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토종신약이 탄생할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상용화 물꼬를 튼 제품들이 초반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미국 진출 대장정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다음 후보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일찌감치 전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첫 관문인 미국 시장을 겨냥해 수년 전부터 신약 개발에 매진해왔다. 수출길에 올랐지만 상업적 성공에 실패한 과거 신약과는 달리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팔리는 약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제약업계가 신약기술 보유라는 상징성에서 나아가 글로벌 상업적 성공으로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약업력 100년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이라는 족적을 남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코오롱생명과학, 셀트리온 등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가운데 동아에스티와 한미약품이 미국 시장에서 시판에 돌입해 가장 앞섰다. 동아에스티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는 올 상반기에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획득해 미국 시장을 열어젖혔다. 한미약품은 기존 의약품의 특성을 발전시킨 개량신약 '에소메졸'로 FDA의 최종 문턱을 넘어섰다.
일단 초반 성적은 순탄한 모습이다. 출시 3개월이 된 시벡스트로는 올 3분기에 25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유통 파트너인 큐비스트가 같은 계열의 항생제 '큐비신'을 출시 첫해 37억원 정도를 팔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현재 큐비신은 1조원까지 성장했다.
김현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동아에스티의 로열티는 2019년 최소 298억원에서 최대 6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된 에소메졸은 올해 90억원 정도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개량신약이 신약보다 소요 시간·비용 등 경제성에서 우수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 제품은 나란히 미국 시장을 찍고, 유럽 또는 아시아 시장으로 허가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양사가 2개 제품씩 FDA 임상을 밟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동아에스티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FDA 임상을 완료해 시판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고,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은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제 'LAPS-GCSF'는 임상 2상을 완료했고, 당뇨와 비만치료제인 'LAPS-Exendin'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는 시벡스트로에 이어 FDA를 뚫은 국산 신약 3호를 노린다. 중증감염증치료제 'IVIG-SN'은 최종 임상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허가신청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IVIG-SN와 함께 희귀질환치료제 2개 제품도 미국으로 건너간다.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는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는 근시일 내 글로벌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웅제약과 종근당도 특색 있는 약물을 미국 시장에 선보인다. 대웅제약은 자체개발한 주름치료제 '나보타'가 글로벌 시장을 휘어잡을 주무기다. 나보타는 임상 3상에 착수한 상태다.
종근당은 '벨로라닙'으로 프레더윌리증후군, 고도비만치료제 두 질환에 대한 임상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약 5000~7000명에 달하는 프레더윌리증후군 환자가 있지만 치료제가 전무해 벨로라닙이 판매되면 높은 시장성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셀트리온은 류머티즘관절염치료제인 '램시마'에 대한 유럽, 캐나다, 일본 허가를 취득했고 2015년도에는 미국 허가를 목표로 두고 있다. 코오롱 그룹은 관절염치료제 '티슈진-C'를 글로벌 신약 프로젝트로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임상 프로젝트가 예전에 비해 풍부해졌다"라며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신약들이 대부분이어서 FDA에서 승인을 받고도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품들과는 달리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