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수천명의 러시아인들이 모스크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에 불만을 품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30일(현지시간) BBC는 정치색을 불문하고 러시아인들이 수도 모스크바와 각 지역 도시에서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타티아나 코르슈노프(69)는 "우리의 결속력을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며 "의료 개혁안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개혁안에는 전국의 병원 수와 관련 직원 수를 줄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러시아 정부는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병원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식으로 개혁을 추진하면 공공 의료의 질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며 일각의 반대를 일축하고 있다.
◇낫을 든 모스크바 주민들 옆으로 "병원에 나를 위한 침대는 없다"는 문구가 적힌 배너가 옮겨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그러나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 개혁 반대 진영은 정부가 의료의 질을 높이려 하기보다는 단순히 예산을 절감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된 것을 계기로 서방의 제재를 받아 경제면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크림반도와 우크라 동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느라 쓴 비용도 4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수익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국가 수입의 절반이 에너지 수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주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유가 하락으로 한 해 동안 1000억달러나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방제재와 유가 하락이란 악재가 연이어지면서 올 들어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미 달러 대비로 무려 50% 넘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