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결국 건설사와 은행에 좋은 일만 했다.
분양시장과 거래시장 호조에 건설사와 은행이 수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반면 세입자는 여전히 전세난 시달리거나,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를 전전하고 있다.
주택 매매거래는 늘었지만 집값 상승률은 대출 이자율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
◇건설사, 수익지표 청약률 호조..은행, 주담대 급증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2.84대1이었던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올해 6.06대1로 상승했다. 수도권은 2.68대1에서 3.91대1로, 지방은 2.94대1에서 7.07대1로 경쟁률이 올라갔다.
부산 래미안장전은 146.2대1로 올해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는 위례자이가 140.3대1을 기록했다.
◇권역별 전년대비 청약경쟁률 비교(자료제공=부동산114)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전년 말 6만1091가구에서 34.3% 줄어든 4만92가구까지 떨어졌다.
분양 시장 호조세에 힘입어 건설사들은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전국 신규 분양 아파트는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분양물량은 34만2358가구로 지난해 28만2943가구 대비 21% 증가했다. 수도권이 4.4% 늘었고, 지방은 34.1% 증가했다. 이는 2003년 35만6362가구 분양 이후 최대 물량이다.
은행은 주택거래 증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액이 급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지말 대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1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원 정도였던 대출 증가액은 올해 5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부양책에 따라 주택거래가 증가하며, 주택담보대출도 동반증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81만8321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1.5% 늘었다.
◇매매 늘었지만 상승률 대출이자 밑돌아..전세난은 심화
주택 매매거래량은 증가했지만 매수자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11월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누적 상승률은 2.24%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은행권 신규취급 주택담보대출 금리 3.38%에 미치지 못한다.
올들어 7.50% 상승한 대구를 제외하고 3.38%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시·도는 없다. 울산이 3.12%로 대구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으며 ▲광주 3.02% ▲인천 2.28% ▲경기 2.01% ▲부산 1.40% ▲대전 0.31% 순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타지방은 2.42% 올랐다.
임대차시장은 전세난과 월세화의 가속으로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올들어 전국 전셋값은 3.77% 상승했다. 지난해 6.99%에 비해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오름세 누적에 체감 상승률은 전년 이상이다. 전국 전셋값은 2009년 이후 70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전세값 상승 원인은 전셋집의 월세 전환이 큰 이유 중 하나다. 수요는 일정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주인의 월세집 전환 공급에 전셋집이 부족하다.
전셋집을 못찾은 전세수요는 반전세 등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시장을 전전해야 한다.
2012년 1월~10월 37만3500여건이었던 월세 신규 계약은 올해 같은 기간 50만9300여건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36.3%에 달한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 공급 증가에 월세액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월 나가는 주거비 지출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전셋집 공급 부족은 만성화됐다"면서 "매매가 상승과 세입자의 매매전환을 통해 전세난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른 월세화 가속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