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지배구조 개선안 시행..금융권 수정 요구 봇물

기업 계열 금융사 "책임경영하고 있는데"..'규제완화' 정부 정책과 배치
'임기 1년' 사외이사 독립성 훼손 우려, 모범규준 적용회사도 광범위 지적

입력 : 2014-12-10 오후 3:23:53
(표=김민성기자)
 
[뉴스토마토 이종용 김민성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시행을 이달 24일로 미루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자 금융권이 개선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있다.
 
유사하고 중복된 규제를 끼어넣은 '재탕 삼탕' 모범규준 인데다가 금융사 자율경영을 해치고, 규제 완화라는 정부 정책방향과도 배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대 입장을 낸 데 이어 금융권도 은행 카드 보험사 등 각 업권 금융협회에서 금융당국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신설 등 최고경영자(CEO) 승계 ▲사외이사 임기 1년으로 축소 ▲사외이사 평가 외부기관 의뢰 ▲자산 2조원 이상 금융사 일괄 적용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그룹 오너가 있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에서는 CEO 인사권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범규준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운영에 대한 조항을 문제 삼으며, 자본주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A금융사 관계자는 "상법상 주식회사의 임원이나 CEO는 주총에서 선임되는데 이를 무시한 채 임추위에서 후보를 추천, 선임하도록 하는 것은 주주의 본질적 권한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B금융사 관계자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은행에서는 투명하게 CEO나 임원을 선정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대주주가 책임 경영을 하고 있는 비은행권에게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설명했다.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사외이사 임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줄인 것도 말이 많다.
 
C금융사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업무를 파악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은 버겁다"며 "임기가 보장되지 않으면서 연임에 신경쓰느라 경영진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이라고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금융사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외부기관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개정된 모범규준에서는 매년 사외이사에 대한 내부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2년마다 외부기관에 의해 평가를 받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D금융사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평가할 수 있는 외부 평가기관의 범위가 모호하다"며 "사외이사 업무는 경영감시 등 회사내부 활동인데 외부기관이 어떻게 이를 평가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E금융사 관계자는 "매년 의무적으로 내외부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과연 누가 사외이사를 하려고 하겠나"며 "결국 그러다보면 관피아, 정피아 논란이 도돌이표 처럼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자산 2조원 이상의 금융사에 원칙적으로 일괄 적용시킨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 모범규준을 적용받지 않았던 여신금융회사, 저축은행에도 모범규준을 적용받게 됐다.
 
2금융권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따라 자산이 2조원 이상이 되면 CEO 후보관리를 이사회 상시업무에 포함해야한다"며 "KB사태를 염두에 두고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데 비은행권에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작성 및 주총 제출건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주총에 보고하는 사항은 상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모범규준만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타법령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당초 이날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시행하려 했으나 금융업계의 의견을 더 들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시행시기를 24일로 미뤘다.
 
앞서 지난달 20일 금융위는 사외이사 자기권력화를 차단하고 CEO후보군 관리를 강화하도록 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관련기사:☞은행 사외이사 임기 1년으로 축소..'CEO 비상승계계획'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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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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