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주도하는 제3의 운영체제(OS) 타이젠의 무게중심이 모바일에서 TV와 스마트홈으로 옮겨가면서 일각에서는 포기 수순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타이젠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10일 인도에서 타이젠폰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도 출시가 연기됐다.
타이젠폰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를 견제할 목적으로 태생했다. 당초 늦어도 올 초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출시 일정이 계속해서 연기되면서 이젠 기대감마저 사라지는 모습이다.
타이젠 OS는 현재 스마트워치와 스마트카메라에만 탑재돼 있고, 모바일 기기의 핵심인 스마트폰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기술 개발은 끝났지만 OS의 성공을 담보할 콘텐츠 생태계가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서 차일피일 상용화가 미뤄지고 있다.
OS 특성상 다량의 콘텐츠 확보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앱 개발자들이 타이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로 양분되어 있는 시장에서 새로운 OS가 자리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타이젠의 일정이 늦춰지는 것 또한 소프트웨어 역량과 앱 확보량 부족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타이젠폰 출시를 포기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무성하다. 게다가 타이젠 개발을 해왔던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가 2015년 정기 조직개편에서 해체되면서 해당 루머에 힘이 실리고 있다.
MSC를 해체하고 관련 기능이 각 사업부로 재배치되면서 모바일, TV, 가전 등 사업부별로 타이젠을 다루게 됐다.
타이젠이 모바일에서 TV, 스마트홈 등으로 영역으로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 뒤에는 모바일에서 어려우니 상대적으로 앱 이용과 변화 속도에 둔감한 TV와 가전으로 무게를 옮겨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TV의 경우, 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쇼(CES)에서 타이젠 TV가 공개될 예정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CES에서 타이젠 TV를 공개할 것이라고 확인해 줬다.
삼성전자는 이에 만족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오디오 등 가전제품들 간의 통신인 사물인터넷에도 타이젠 OS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타이젠 OS 개발을 시작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안드로이드와 iOS의 앱 경쟁력을 뛰어 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모바일 보다는 TV나 가전에서 실험 모델을 만드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여전히 모바일에 축을 두고 타이젠 적용 범위를 넓혀가려고 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출시일에 대해 언급한 바 없기 때문에 제품 출시가 연기된 것이 아니라 시점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