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직원들에게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이 서울시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박 대표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피해자와 참고인 주장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 사실로 인정된다며 징계와 직무배제 조치를 권고했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지난 4일부터 서울시향 직원의 요청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 결과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한 사실이 모두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피해 직원들과 박 대표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참고인의 진술이 사실여부를 판가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참고인들의 진술이 피해 직원들과 대부분 일치하며, 피해자들이 허위 주장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사실인 것으로 판단했다.

 

성희롱 부분은 언어 부분만 사실로 확인됐다.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박 대표는 수개월 전 직원들에게 "A를 보면 마담하면 잘할 것 같아, B랑 C는 옆에서 아가씨 하구"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에게는 "너는 나비넥타이 매고 예쁘게 입혀서 나이 많고 돈 많은 할머니들에게 보낼거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는 박 대표가 넥타이를 잡아 당겨 성희롱했다는 피해 직원의 주장은 피신청인의 손이 피해자의 몸에 닿지 않아 이 행위만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시는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언어폭력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은 것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박 대표는 평소 직원들에게 "니네 저능아냐?", "이런 새끼가, 과장이나 돼서 이런 것도 못하나!", "사손이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어", "월급으로 못 갚으니 장기라도 팔아야지"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의회에 박 대표와 관련된 투서가 전달된 사실을 두고, 박 대표는 투서한 직원을 색출해낸다며 "내가 몇 백 명 중에서도 투서한 자를 찾아냈다"고 말한 후 직원들을 괴롭힌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박 대표가 고성을 지르고, 극단적 표현을 하며, 같은 건을 장시간 반복적으로 질책하는 등의 행태는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밝혔다. 특히 투서한 사람을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개인의 통솔방식을 넘은 고의적인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조사결과에 따라 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박 대표를 징계하고 인권교육을 받도록 하며 피해 당사자들에 대해 유급휴가 및 심리치료 서비스 제공 등 회복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향후 박 대표의 거취 문제는 서울시향 이사회에서 논의 후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박 대표가 제기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에 대한 의혹의 경우, 서울시 조사담당관실에서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