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사건 초기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 상무도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24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강요죄 등의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여 상무에 대해서는 증거인멸죄 및 강요죄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17일 검찰 소환 조사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오전 0시50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 항공기 1등석에 타고 있다가 여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가 잘못됐다며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탑승구로 후진시켜 박창진 사무장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여론이 들끓자 국토교통부는 8일 조 전 부사장과 기장에 대한 조사를 결정했고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지나친 행동이었음을 인정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한 것으로 당연한 일이었다며 조 전 부사장을 옹호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고, 같은 날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을 욕설과 폭행을 가하면서 항공기 회항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대한항공 사내게시판을 통해 제기됐다. 또 대한항공측이 박 사무장에게 거짓진술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부사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시키고 허위진술을 강요한 의혹을 받고 있던 여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 했다.
지난 12일 결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나서 공식 사과했으며,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박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이튿날에는 사건 당시 1등석에 함께 타고 있던 승객 박모씨가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박 사무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
지난 16일 국토부는 대한항공에 대한 운행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행정처분을 결정하고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이튿날 경실련은 조 전 부사장이 1등석 항공권을 무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 제기와 함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던 여 상무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검찰은 지난 21일 여 상무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삭제된 통화 및 메시지 기록을 복구해 여 상무가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과 그에 대한 상황 보고를 조 전 부사장에게 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24일 오전 10시쯤 여 상무에게 조사상황을 알려준 국토부 김 모 조사관을 체포했으며, 김 조사관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검찰은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사법경찰권이 있는 사무장이 폭력행위 및 사적 권위에 의해 운항중인 항공기에서 퇴거함으로써 사무장 개인의 권익 침해는 물론이고 항공기 안에 법질서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관제탑 허가 하에 예정된 경로로 이동 중인 항공기가 무리하게 항로를 변경함으로써 비행장내 항공기 운항의 안전이 위협받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구속영장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되며, 구속 여부는 당일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