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올 한해 금융계를 뜨겁게 달군 이른바 KB사태의 시발점이 됐던 국민은행 도쿄 지점의 부당 대출 사건에서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샀던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사진)이 오히려 이 사건이 드러나게 한 숨은 공신(?)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돼 화제다.
국민은행 도쿄 지점의 1700억원대 부당 대출 사건이 불거졌을 때 언론은 어윤대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이 사건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불법 리베이트가 전달됐는지 여부에 주목했다. 어 전 회장이 부당대출을 주도했던 이모 도쿄지점장을 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승진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에서도 어 전 회장이 도쿄 부당대출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어 전 회장은 당시 이 지점장에 대한 치하의 의미로 승진을 지시한 바 있다. 이 지점장은 겉으로 드러난 대외 실적이 좋고 대내외 영업능력도 탁월했다. 금융계 한 인사는 "본인 실적에 대한 포장 능력도 좋았고, 한국에서 오는 중요한 손님들에게 극진한 접대를 하기로 소문이 났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 전 회장 지시로 이 지점장을 포상하기 위해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당대출이 적발돼, '상'이 아닌 '벌'을 줘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이후 이 사건이 크게 불거지면서 어 전 회장은 "내 덕분에 부당대출을 잡아낸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한다.
결국 이 지점장은 지난 24일 부당·불법 대출로 은행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부정을 저지른 직원을 잡아낸 것으로 미화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할 당시가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을 맡았던 시기였던 점이 또 다른 문제였다. 이 전 행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이 행장에게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문제를 더욱 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발끈한 이 전 행장이 주전산기 교체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KB사태는 최악의 국면을 맞았고, 결국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모두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쿄지점 사고나 전산기 교체문제 등은 사실 KB 사이즈로 보면 그렇게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외부에서 온 수장들의 감정싸움으로 조직이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악의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