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아쉬운 생각도 많이 듭니다. 시청률이 낮게 나오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못받으면 없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예능의 뿌리는 코미디라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저희 후배들, 동료들이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오지랖 넓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코미디에 꿈을 꾸고 무대가 필요한 많은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29일 열린 2014 MBC연예대상에서 67만여명의 투표중 44만여 표를 얻어내며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의 말이다. 이 말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대상만 벌써 12번인 유재석은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록 낮은 곳을 바라봤다.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평소 유재석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소외받는 주위 동료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이기도 했다.
십 수년 전에는 유재석도 별 볼일 없는 무명 연예인이었다. 그의 이름이 단숨에 알려진 것은 KBS2 <서세원쇼>의 코너 '토크박스'였다. 친구 찍새와의 추억담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왕중왕전에서도 그는 신명나게 입담을 선보였다.
그 이후로 MBC <동거동락>, KBS2 <쿵쿵따>, <공포의 외인구단>, <해피투게더>, SBS <진실게임>, <X맨>, <패밀리가 떴다> 등을 비롯해 지금의 MBC <무한도전>까지 유재석은 쉴 새 없이 정상을 질주했다.
그가 그렇게 날아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미디가 있었다. KBS2 <한바탕 웃음으로>에서 그는 다양한 역할을 통해 내공을 쌓아나갔다.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쌓은 내공이 없었다면 유재석은 지금까지 롱런하는 예능인이 아니었을 수 있다. 유재석은 단순히 진행만 잘하는 것이 아닌, 웃길 때는 다양한 패턴으로 웃길 줄 아는 개그맨이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노력도 상당하겠지만, 그 기반이 코미디에 있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재석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언급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앞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졌던 시기에도 유재석은 끊임없이 코미디의 부활을 꿈꿔왔다. KBS2 <개그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개그맨들이 MBC와 SBS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 듯 했다.
최근 예능버라이어티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예능인들이 코미디 프로그램 출신이다. 정형돈, 유세윤, 장동민, 조세호 등을 비롯해 오랫동안 정상의 위치에서 웃음을 주는 이경규, 정준하, 박명수, 신동엽, 강호동도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개그맨으로서 경력을 다진 예능인이다.
tvN <SNL 코리아>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친 정명옥은 MBC 공채 개그맨이고, 모든 연예인을 따라하는 정성호도 '으리녀'로 떠오른 이국주도 MBC 공채다. 충분히 뛰어난 예능인들을 키워낸 전례가 있음에도 MBC는 시장 논리에 따라 코미디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그래서 더 유재석의 수상소감이 마음에 남는다.
이번 MBC 연예대상은 공동수상이 난무해 긴장감이 떨어졌고, 진부하다 못해 지루했던 시상식이었다. 하지만 유재석의 진심이 담긴 수상소감 장면은 그 모든 것을 다 만회하는 1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