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은행원 출신 노동운동가인 이용득(사진)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우리은행에 복귀한다. 우리은행은 과거 이 전 위원장이 몸담았던 상업은행의 후신(後身)이다.
그러나 은행에 복귀한다 할지라도 그가 실무에 투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이 전 위원장이 '고향'에서 재기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융노조 상임고문을 맡아왔던 이 전 위원장은 최근 지도부에 사의를 표명하고 우리은행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은행 역시 이 전 위원장의 의사를 받아들여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인사발령을 낼 계획이다. 은행에 복귀하면 그는 인사부 조사역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다만 그의 경력과 연륜 등에 비춰볼 때 은행 사업의 '큰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신탁사업단에서 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이 '친정 복귀'를 결심한 것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86년 상업은행 노조위원장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노동운동 행보에 나선 이 전 위원장은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 위원장에 이어 한국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노동계의 핵심인물로 자리잡았다.
이후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 기간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며 '정책연대'를 표방했지만, 결국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탈락한 뒤 그는 "나도 속고, 노조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전 위원장이 말한 "'정책연대'란 국회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그가 금융노조 상임고문이라는 '한직(閑職)'을 맡고 있는 만큼, 추후 재기를 도모하기 위해 한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복귀 후 이 전 위원장은 명동 우리은행 본점이 아니라 서울 시내 모처에 마련된 개인사무실에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장의 복귀에는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다. 그는 현재 우리은행 정직원 신분이고, 한국노총 활동과 관련해 파견조치된 상태다. 이종임 우리은행 인사부장은 "이 전 위원장이 조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미션을 맡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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