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올해 경영목표로 핀테크 육성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반면, 금융과 정보기술을 융합함으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안 문제에 대해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예금주가 모르는 사이에 통장의 돈이 빠져나가는 무단 인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가 핀테크 발전에 도움은 되겠지만 무엇보다 보안 해결이 급선무라고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7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규제가 폐지되고 결제대행업체(PG사)가 신용카드 정보를 직접 저장할 수 있게 됐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냉담했다.
보안성 이슈 때문이다. 은행계 카드사 임원은 "금융과 IT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방향"이라면서도 "사고가 나면 누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지난해 1월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이 터졌을 당시 금융감독원은 과거와 달리 대표이사 해임이라는 강력한 징계로 책임을 물었다. 다른 금융사건사고들로도 금융당국은 불확실한 징계 방침을 보여 금융사들로서는 '보신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토로도 나온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는 금융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국내외 비금융기업의 지급서비스 제공현황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보고서는 "해킹·사기·정보유출 등의 사고 발생시 은행과 비금융기업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경우 소비자 보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베이 등 글로벌 비금융사는 국가별로 금융업 인가 및 영업범위에 차이가 있어 규제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노출문제도 서둘러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은행은 "은행보다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비금융기업이 보유·이용하고 있는 소비자의 금융정보 및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및 정보보호와 소비자보호 관련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고객의 자금을 일정기간 보관하는 비금융기업이 자본금이나 유동성 요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고객의 자산이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금융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핀테크 기업이 유사수신 업무나 우회적인 신용 창출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을 높을 수 있다"며 "안정성 저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이슈와는 별도로 핀테크 기업들의 불안정한 서비스로 인해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바로 소비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핀테크 기업의 자체적인 서비스 경쟁 제고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