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올해 들어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를 강력하게 주문하면서 금융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 주도의 핀테크 활성화 움직임이 자칫 '물고기 없는 호숫가'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책당국의 압박때문에 금융사들이 어떻게든 핀테크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내놓겠지만 실제로 얼마나 소비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핀테크 생태계' 형성이 관건이다.
◇파괴력있는 서비스 출현 시급..상상력 발휘해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파괴력 있는 서비스의 출현이 가장 시급하다. 다양한 이름의 서비스들이 핀테크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부분은 여전히 미미하다.
◇뱅크월렛카카오 스마트폰 앱 화면 캡처.
지난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와 11월부터 서비스 중인 뱅크월렛카카오(뱅크)는 3700만명이라는 가입자를 보유한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했지만 초기 성적은 신통치 않다. 단순히 수치적인 이용건수를 따지기 전에 초기의 화제성에 비해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LG CNS의 엠페이 결제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간편 결제 서비스고 뱅카는 금융결제원이 만든 솔루션을 이름만 바꾼 채 카카오에서 서비스하는 것으로 다음카카오는 마케팅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불편하고 새롭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핀테크는 상상력의 영역"라며 "금융에 IT기술 하나를 얹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능력없는 IT 의지없는 금융'..서로 협업해야
젊은층이 선호하는 브랜드에 금융기관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자산이 없는 젊은층은 관심 고객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의 고객들은 금융서비스를 기존 은행이 아닌 구글, 애플, 알리바바에게 받기를 원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영향력 있는 서비스의 출현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IT업체를 발판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능력은 있지만 의지가 없는 금융사와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IT사들이 서로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기존에 핀테크에 소극적이었던 금융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실제로 찾아와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국내에서 핀테크 서비스나 솔루션을 만들려면 금융사를 통하거나 제휴하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하면 큰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 결제시장을 제외한 다른 분야는 다양한 법적 이슈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금융사들이 기술과 아이디어 기반의 핀테크기업들과 초기단계부터 협업해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서비스와 비지니스모델을 설계하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며, 빠른속도로 시장에 시범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의 반응등을 확인해 완성도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과규제·과보호 없애야"
진정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권에 대한 과규제 또는 과보호를 시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당국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바로 폐기처분된다. 금융도 기존 금융규제라는 울타리안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편하게 영업하던 시대는 끝났다. 핀테크 혁명을 외치면서도 규제에 매몰되면 제자리 걸음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 위주로 핀테크가 확산되면 쉽게 시장이 열리겠지만 IT업체는 시도하기조차 어렵다"며 "자기자본 기준을 완화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금산분리, 실명제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추진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환 교수는 "금산분리와 개인정보보호법, 실명제 등의 규제에 대한 완화 없이 핀테크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며 "진정한 의미의 핀테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규제에서 벗어나 사후점검으로 규제방식을 바꿀 것"이라며 "사전에 접근 자체를 막기보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보안에 대한 우려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