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리해 설립하는 법안이 국회에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소원의 권한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설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소원 설립법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여야 모두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며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초 여야는 금감원과 별도로 금소원을 설립하고, 금융위를 분리하지 않되 금소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설치하자는 데 합의했다. 야당이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전면 분리하자는 방안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여당에선 금소위 설치를 받아들이는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협상에서 여야는 금융위도 함께 분리할지 여부와 금소원의 인사권과 예산권 등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우선 여당은 금소원을 금융감독원에서만 분리하자는 반면, 야당은 금융위에서도 분리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야당은 금융위가 통제하는 또다른 조직 신설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금융위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지나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또 금소원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야당은 금소위에 이들 권한을 위임해 독립적인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당은 금융소비자보호기구도 일정 부분 정부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조직을 분리하라는 야당의 주장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할 예정인데 야당이 금소원을 설치하려면 금융위 조직도 분리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측에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이번 국회에서도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야권은 이 문제를 정부조직법과 연계해서 풀려고 하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금융위가 소비자 권익을 위해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금소원 설립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감원과 금소원을 금융위 통제아래 두게 되면 금융소비자 보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금융위 공무원들의 퇴직 후 일자리만 늘려주는 결과만 낳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