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이번에도 연임?..전경련 회장 '구인난'

입력 : 2015-01-13 오후 3:28:47
◇지난 5일 경제계신년인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대표들이 박수치고 있는 모습. 박 대통령(중앙) 왼쪽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자리가 구인난에 빠졌다. 주요그룹 총수들이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십수년째 반복되는 구인난이지만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
 
전경련 회장직은 재계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까닭에 각종 굳은 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정작 실익은 전무하다. 그룹 경영 현안에 자칫 소홀할 수도 있는 데다, 돌아오는 것은 비난 뿐이다. 노동계 또는 중소기업계와 민감한 문제로 각을 세워야 하는 부담도 크다. 재계 서열 상위권의 주요 그룹 총수들이 회장직을 기피하면서 재계 수장이라는 이름값도 바닥에 떨어졌다. 명분과 실리를 추구하는 총수들이 손사래를 치는 이유다.
 
현재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오는 2월10일이면 2년의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차기 회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13년 2월 이미 한차례 연임한 허 회장이 3연임을 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전경련 회장의 3연임은 한국경제 태동기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허 회장은 수차례 임직원을 통해 연임의 뜻이 없음을 강조해 왔다. 경제계 인사들이 총출동한 지난 5일 신년 인사회에서는 "내가 (3연임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본인이 임기를 연장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길 더 원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후임을 자원하는 총수들은 전무한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건강과 고령 등을 이유로 본인들은 하나같이 고사하고 있다.
 
재계 서열 수위에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와병중이고, 구속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집행유예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원천적으로 회장직 수행이 불가하다. 게다가 유력하게 거론됐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딸의 '땅콩 회항' 파문으로 후보군에서 사라져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과거와 같은 명예로움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도 총수들의 부정적인 반응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경련 초대 회장은 삼성그룹 창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맡았다. 이어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공장(대한양회) 설립자인 고 이정림 회장, 최초의 주식회사 경방(경성방직)그룹의 고 김용환 회장, 초기 쌍용그룹의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했던 홍재선 회장 등이 초창기 전경련을 이끌었다.
 
이후 회장들도 이름값으로 보면 결코 뒤지지 않았다. 현대그룹 창립자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전경련의 얼굴을 맡았고, 한국은행 총재에 국무총리까지 지낸 공직자 출신의 유창순 회장,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까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물들이 전경련 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창업세대가 물러난 2000년대 들어서는 재계 서열 10위권 그룹의 총수들을 회장단 명단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총수보다는 전문경영인이 전경련 회장으로 오르거나 이건희 회장 등 일부 총수들은 회장직 수락 여부보다 회장단회의 참석 여부가 더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우중 회장만 하더라도 재계 양대그룹 총수였다"면서 "이후 전문경영인이나 하위그룹에서 회장이 배출되면서 전경련 회장의 위상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4대와 25대 전경련 회장을 지낸 김우중 회장과 28대 손길승 회장이 사법처리 문제로 중도에 사임했던 것도 전경련 회장 역사의 그늘을 짙게 했다.
 
이와 함께 2000년대 이후 재계와 노동계 간의 갈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이 심화된 측면도 총수들의 전경련 기피사유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통상임금이나 비정규직 문제까지 경제계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됐고, 동반성장 이슈와 갑질 논란까지 더해져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재계단체인 경영자총연합회(경총)에서 이희범 전 회장이 지난해 2월 물러난 이후 1년 가까이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공석 중인 것도 전경련 회장의 구인난과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협회라는 것이 한목소리를 내야만 대관 협상력 등이 커지는데, 경제환경이 워낙 급변하면서 재계 내에서도 서로 입장차이가 많아졌다"면서 "적합업종 문제만 하더라도 찬반이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전경련 회장에게 힘이 실리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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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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