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배우 이민호(28)가 거친 느낌의 캐릭터로 돌아왔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강남 1970’은 부동산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0년대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민호는 이 영화에서 이권 다툼에 끼어들어 건달 생활을 하게 되는 김종대 역을 맡았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민호를 만났다.
◇거친 이미지로 연기 변신
이민호는 그동안 부드럽고 반듯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많은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강남 1970'에서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이민호가 연기한 김종대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거친 남자다. 이민호는 작품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잔혹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그동안 보여드렸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새로운 느낌을 보여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 배우로서의 가능성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미지 변신을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작품은 아니다”며 “메가폰을 잡은 유하 감독님이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 남자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는 영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신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연예계에 데뷔한 이민호는 드라마 위주의 활동을 펼쳤다. '꽃보다 남자', '개인의 취향', '상속자들' 등이 대표작들이다.
‘강남 1970’은 이민호의 첫 영화 주연작이다. '강철중: 공공의 적', '울학교 이티' 등의 영화에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비중이 크진 않았다. 드라마를 통해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선 이민호에겐 꾸준히 영화 출연 제의가 있었다.
그런 이민호가 이제서야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된 이유가 뭘까.
“영화는 무게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많잖아요. 그걸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때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그 시기가 20대 후반이고요. 영화를 찍고 나니 기다렸다 하길 잘했다 싶어요. 거친 남자 역할을 연기한다고 해서 억지로 남자답게 보이려고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됐거든요.”
이민호는 드라마와는 다른 영화의 매력에 대해 “‘강철중: 공공의 적’을 찍을 때 영화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파이팅과 자부심을 느꼈고,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에도 그런 것을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에 암흑기..나를 움직이는 건 책임감"
이민호는 지난 2009년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구준표 역할을 연기한 이후 승승장구했다. 그는 “'꽃보다 남자' 이후 그렇게 큰 슬럼프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실제 인생과 달리, '강남 1970'에선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다.
“대중들은 ‘꽃보다 남자’ 때부터 저를 보셨기 때문에 저의 과거에 대해선 잘 모르실 거예요. 그런데 저도 20대 초반엔 암흑기가 있었어요. 극 중 역할과 깊이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빨리 암흑기에서 탈피하고,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캐릭터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선 이민호는 20대 초반에 겪었던 암흑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빡빡한 드라마, 영화, 광고 촬영 일정을 소화하며 쉴 새 없이 앞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책임감"이라고 했다.
“내 위치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고민을 해요. 지금은 제 시야가 넓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제 앞에 1명이 있었을 땐 내가 좀 부족해도 그 1명만 설득하면 됐어요. 그런데 100명이 있다면 그럴 수 없잖아요. 최선을 다하면 내 스스로가 당당할 수 있잖아요. 책임감을 통해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질투나 경쟁에 관심 없어..특별한 재테크는 NO"
이민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한류스타다.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이후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남자 스타가 됐다. 17일 기준으로 이민호의 웨이보 팔로워수는 2585만명에 이른다.
그는 "내 얼굴이 동남아에서 광고를 찍으면 동남아 사람 같고, 중국에서 광고를 찍으면 중국 사람 같다. 그때그때 적응하는 얼굴인 것 같다"며 웃었다.
“웨이보 팔로워수만 봐도 일단 모이는 사람수가 엄청나다는 부분에서 놀라요. 그동안 한국 작품을 위주로 활동을 했는데 이제 한국 작품에만 출연하는 것은 제 상황에 안 맞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차기작을 고를 때 국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작품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고 있어요.”
이민호에 이어 최근엔 김수현, 김우빈, 이종석 등 젊은 배우들이 한류스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민호로서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대한 경쟁 의식을 느낄 법도 한 상황.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한류스타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저의 의도와 상관 없는 거잖아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질투나 시기, 경쟁 같은 것에 크게 관심이 없거든요. 만약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면 질투를 할 시간에 자기 개발을 좀 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민호는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최고의 몸값을 받는 스타다. '억'소리 나는 몸값을 자랑하는 이민호의 재테크는 어떨까.
“재테크를 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정말 많이 기울여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하자니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놓칠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일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집 하나 있는 것 말고는 특별히 재테크를 한 건 없어요.”
그리고는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