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문구업계, 홈퍼니싱으로 변신 시도

입력 : 2015-01-22 오전 10:03:10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첩을 사기 위해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A씨는 생소한 문구점 풍경이 낯설기만 했다. 각종 인테리어 소품과 생활용품이 진열대에 가득했기 때문. A씨는 생활용품을 한참이나 구경한 뒤에야 매장 한 켠에 위치한 수첩을 구입할 수 있었다.
 
문구업계가 체질 개선을 통한 회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춤한 문구산업계가 현 위기를 타개하고 미래를 담보할 대안으로 선택한  생활용품의 비중 또한 점차 늘고 있다. 온·오프라인 제품 구성 변화는 물론 매출 측면의 비중도 생활용품 쪽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다.
 
최근 문구업계는 스마트기기 대중화에 따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출산인구 감소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심각한 정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업계 추산 연 4조원 규모의 국내 문구시장은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10% 가량 규모가 감소하면서 관련 업계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악화된 시장 상황과 지속된 부진으로 새 먹거리가 절실했던 상황에서 2010년 전후로 생활용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점차 비중을 늘려가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연간 12조5000억원 규모를 자랑하는 홈퍼니싱 시장에 대한 공략 또한 본격화됐다.
 
홈퍼니싱이란 집(home)과 단장(furnishing)을 합성한 단어로, 집안 단장을 위해 꾸미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이와 관련된 제품을 홈퍼니싱 또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라고 부른다. 가구와 커튼, 침구는 물론 각종 장식과 인테리어 소품 등 실내 공간을 꾸밀 수 있는 모든 제품이 홈퍼니싱 제품군에 포함된다.
 
최근 국내에서 급부상 중인 홈퍼니싱 시장은 지난달 국내에 상륙한 이케아로 인해 시장의 주목을 다시 한 번 집중시켰다. 지난달 18일 광명 1호점 개점 이후 35일 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한  이케아는 홈퍼니싱 업체를 표방하며 가구를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 중이다.
 
◇생활용품이 전체 60% 비중을 차지하는 이케아의 상륙으로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이케아 광명 1호점 내 생활용품 코너.(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이케아의 국내 사업 포트폴리오의 경우 생활용품 제품 비중이 60%에 달한다. 잠재력 있는 홈퍼니싱 시장에 더욱 무게를 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한국을 찾아 시장 점검에 나섰던 울프 스메드버그 이케아코리아 마케팅 매니저도 "한국 시장에 맞는 홈퍼니싱을 구현해 나갈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케아의 홈퍼니싱 시장 정조준에 신세계(004170)를 비롯한 자라(ZARA), H&M, 무지(MUJI) 등 거대 기업들도 해당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문구업계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정통 문구 시장의 하락 속에 먼저 진출해 있던 생활용품 시장마저 빼앗길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같은 생활용품을 겨냥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구와 관련성이 적은 생활용품의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모닝글로리는 이미 5년여 전부터 생활용품의 비중을 늘려왔다.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보이던 정통 문구 시장보다는 생활용품 군으로의 영역 확대로 활로를 뚫겠다고 판단한 것.
 
모닝글로리 관계자는 "생활용품의 비중 확대는 향후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생활용품 관련 아이디어를 공모해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점차 그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처음 생활용품을 매장에 도입한 모닝글로리는 해마다 약 2%씩 그 비중을 늘려, 지난해 기준 15% 가량의 매출을 생활용품에서 거둬들였다. 올해는 평년에 비해 높은 비중 증가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일찌감치 문구를 비롯한 음반, 쥬얼리, 메이크업, 인테리어 제품 등을 매장에서 판매해 온 교보 핫트랙스도 올해 그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보 핫트랙스 영등포점 관계자는 "매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영등포점의 경우)매출 비중이 문구와 비문구류 반반씩"이라며 "올 상반기 안으로 생활용품 상품마케팅 담당이 갖춰진 리뉴얼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보 핫트랙스 영등포점 매장 전경. 문구코너(왼쪽)는 인적이 드문 반면, 생활용품 코너(오른쪽)은 소비자들 문의가 지속되며 활기를 띄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이밖에 캐릭터 문구상품을 주력으로 하던 아트박스와 키덜트 소비자를 겨냥해 독특한 문구류를 선보이던 1300K 등도 화장품과 생활소품 등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구시장에 겹친 악재들로 내리막을 걷던 대형 문구점들이 부상 중인 홈퍼니싱 시장을 겨냥한 생활용품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구 업체들이 기존부터 생활용품 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었던 만큼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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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