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토착화에 대한 우려가 사실상 현실화됐다. AI 토착화란 AI가 상시적(월 1회 이상)으로 발생해 AI 종식선언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해 9월부터 최장 13일 간격으로 H5N8형 AI의 접수 및 확진이 이어져 오고 있다. 27일 현재까지 전국 가금농장 59곳에서 147만6000수가 살처분 또는 매몰됐다. 특히 올 들어서는 감염 축종도 기존 토종닭과 오리에서 기러기, 종오리, 산란계, 육용오리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정부 "철새는 어쩔 수 없다"..구제역에 밀려 AI 방역 뒷전
방역당국은 전국적인 스탠드스틸(일시 이동통제 명령)을 발령하며 본격 수습에 나섰지만, 이후로도 농가의 AI 확진은 거듭되고 있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AI는 철새의 분변을 통해서 전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동중지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철새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가 막아야 하는 것은 시설"이라고 말했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도 "야생 조류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발생하더라도 농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농가 시설 방역이 당국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방역당국이 AI에 대한 차단 방역의 중요성을 구제역과 구분짓는 태도도 문제시 된다.
이 국장은 "구제역과 AI는 다른 얘기"라며 "구제역은 방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 안전처에서도 지자체 평가에 구제역 대처 능력을 재난상황에 대한 평가 등으로 반영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AI 방역과 관련한 지자체별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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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스틸' 효과도 미지수
이에 정부가 AI 방역을 위해 내릴 수 있는 가장 대대적인 조치인 스탠드스틸에 대해서도 그 효과와 관련해 의구심이 제기된다.
방역당국이 AI에 스탠드스틸을 발령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당국은 충북 증평 보강천에서 잡힌 흰뺨검둥오리에서 고병원성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정확히 한달이 지난 15일 스탠드스틸을 발령했다.
이는 야생 조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이것이 가금류로 전염되기까지 보통 한달이 걸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가금농가 내 역학적 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AI는 즉각적인 집단 폐사로 이어진다.
공장형 축산 방식 등에 따라 농가 내에서 발병하는 AI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방역당국은 농가에서 발생한 AI와 관련해서도 철새를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 본부장은 "(지난 13일)부산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는 해당 농가가 한약재 찌꺼기와 (야생 동물의)내장을 갈아서 먹인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료)안에 야생 철새에 의해 감염된 게 들어가지 않았을까'하는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바이러스(H5N8형)가 검출된 철새들의 도래지는 '전국적'이다.
지난해 12월15일 충북 증평 보강천을 시작으로 경기 안성 청미천(16일)과 안성천(18일), 충북 청주 보강천(20일), 경기 용인 청미천(29일), 충남 천안 풍서천(31일) 농가에서 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올해 1월 들어서는 충남 천안 풍서천(7일)과 곡교천(13일)에서 확진된 뒤, 16일 충북 증평 보강천에서 한차례 같은 바이러스가 재검출됐다.
H5N8형 바이러스는 지난 18일 제주 구좌 명법사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흰뺨검둥오리에서 검출되며 AI '전국화'의 정점을 찍었다. 같은날 경기 광주 경안천에서 한차례 더 확진이 있었고, 이어 23일 제주 구좌와 서귀포 오조리에서도 검출됐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들 조류에 퍼진 바이러스가 일련형(H5N8형)은 같지만 그룹이 조금씩 다르다. H5N8형 AI는 국내에서 지난해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정확한 유래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