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3000㎾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업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공기업의 신규 발전은 주춤한 가운데 민간 발전사만 많아지고 있어 전력 민영화와 대기업의 전력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낸 '2014년도 전기 발전사업 허가(3000㎾초과) 동향'을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전기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건수는 83건 428만7000㎾에 이른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새로 사업을 시작한 건수는 39건 943만3000㎾로 집계됐다.
국내의 최신형 원자력발전소인 신고리 원전 1호기의 발전용량이 100만㎾임을 고려하면 지난해 원전 4기에 맞먹는 발전설비가 허가를 받았고, 원전 9기가 새로 생겨난 셈이다.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부가 허가한 발전사업은 총 340건8497만4000㎾이며, 새로 사업을 시작한 발전사업은 총 153건3526만4000㎾로 나타났다. 연평균 606만㎾의 발전사업이 허가를 받고 251만㎾의 발전설비가 전력생산을 시작했다.
문제는 최근 몇년 사이 철도와 보건·의료 등 공공부문과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력시장마저 대기업의 시장진입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실제로 MB정부는 LNG 복합화력에만 국한된 민간기업의 전력시장 진출을 석탄화력에도 허용했다. 이미 포스코와 SK, GS 등은 발전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진 상태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전력시장에 민간 발전사업자의 참여를 늘리고 한국전력 독점체제를 깨자는 주장을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시가스사업을 개정해 민간 사업자의 가스시장 참여를 확대했다. 최근 들어서는 포스코와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도 발전소 공사와 운영을 도맡으며 민간 발전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 발전사업자의 전력시장 참여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민간 발전사 수는 750여개로 늘었다. 특히 포스코와 포스코에너지, SK E&S, GS EPS, GS파워, 현대그린파워 등 주요 민간 발전사가 전체 전력 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사업자의 설비용량은 202만㎾로 한국남동발전 등 한전 산하 5개 발전사 용량(470만㎾)의 절반, 총 전력 설비용량의 22%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에 고강도 부채감축과 경영정상화를 주문하면서 공기업들은 신규 발전설비 증설과 투자를 줄이는 데다, 자금 조달을 위해 민간 발전사에 손을 벌리고 있어 앞으로 민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은 "공기업이 투자위험 회피에 급급해 민간 기업들의 하위 파트너를 자처한다"며 "장기투자 자체를 꺼리고 신규 발전소를 지을 때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소유권을 민간에 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공기업은 새 발전소 짓기를 꺼리고 짓더라도 민간과 협력하는 방식을 추진, 결국 민간에 소유권을 넘기게 되면 에너지공기업의 발전설비는 노후화되고 전력수급의 상당부분은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전력요금 인상에 따른 수익의 상당 부분을 민간 발전사가 갖고 감으로써 국민혈세로 민영화된 전력시장을 지탱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 연구원은 "민간 발전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때 한전 부채는 98조로 늘었다"며 "민간 발전사들은 이미 여러 발전소를 보유하고 신규 허가권을 받아 발전소를 건설하고 에너지 공기업들을 하위파트너로 거느리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