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QE) 시행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채권 선호가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이후 99조~101조원 수준에서 정체됐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잔고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는 ECB의 양적완화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금리와 환율 측면에서 유로 케리트레이드의 부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금리는 지난해 추가 금리 인하 조치에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해외 채권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 특히, 최근 유럽 지역의 채권금리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유럽지역과 국내 채권금리 간의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동일 신용등급 국가 대비 높은 금리를 보이고 있는 점도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매수를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과 같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에는 대만과 중국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만의 금리 수준은 한국보다 여전히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중국의 경우, 한국보다 금리 수준은 높지만 외국인이 투자하기에 아직은 제약이 많다는 평가다.
이 외에 원화의 안정성 역시 원화채권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다른 신흥국과 대비한 원화의 움직임은 견고해졌다. 지난해 달러지수가 80~90대에서 강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절하폭은 5%에 그쳤다.
김지만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ECB가 QE를 선언하면서 외국인의 채권 보유 잔고는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어도 연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13년 7월의 103조5000억원 이상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보유 원화채권 잔고 추이 및 전망.(자료=NH투자증권)
실제로 최근 외국인의 원화채권 순매수는 4주째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19~23일에는 외국인들이 원화채권 1조4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작년 하반기 주간 평균 순매수 규모인 807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김지만 연구원은 "ECB의 QE는 수급 측면에서 당연히 호재"라며 "특히 유로지역 중앙은행 위주의 원화 채권 매수세가 강화된다는 점은 당분간 장기채 중심의 금리 하락 압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도 "ECB QE 기대로 인해 유로존 금리가 크게 낮아졌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나오는 채권시장으로 관심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국 채권시장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미국의 QE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절대적인 금리 수준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저변을 확대하는 촉매제 역할 톡톡히 했다"며 "이번 ECB QE도 금리 낮추기와 함께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하는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외국인의 자금 유입 여부와 함께 국내외 경기 흐름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지난 2009년 이후 외국인의 채권 투자는 계속해서 늘어났다"며 "하지만 지난 2010년말과 2013년 하반기에는 이미 낮아진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감 속에 순환적인 경기 반등이 나타나 국내 채권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