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를 중심으로 한 RV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생산은 중대형 세단이나 소형승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요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공급은 결과적으로 실적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 현대차의 숙제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한 차량은 단연 RV였다.
현대차가 지난달 23일 공시한 2014년 연간 지역별 판매실적을 보면, 이 기간 미국에서 승용차는 57만1000대가 팔려 전년 59만대보다 1만9000대나 판매량이 크게 줄었지만, RV는 15만5000대가 팔려 전년(13만1000대) 대비 큰 폭으로 판매량이 늘었다.
현대차는 북미와 함께 대표적 선진시장인 유럽에서도 지난해 RV 판매량이 전년 대비 9000대 많은 14만4000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신형 ix35(투싼) 스페셜에디션의 판매 호조 효과"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연간 글로벌 차급별 판매 비중에서도 RV는 2013년 17.9%에서 지난해 18.3%로 그 비중을 늘렸다.
◇현대차 2014년 주요 지역별 차종별 판매실적(자료=현대차)
그러나 현대차의 생산라인은 RV 공급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RV인 싼타페와 투싼 등은 모두 울산공장에서 제작된다. 아산공장은 쏘나타와 그랜저에 특화된 승용전문 공장이고, 전주공장은 트럭과 특장차, 버스를 생산하는 라인이다.
해외 생산공장에서도 주력은 역시 승용차다. 미국공장은 쏘나타와 엘란트라(아반떼)를 생산하고, 인도와 터키공장은 i10, i20, Eon 등 소형차만 뽑아낸다. 러시아공장도 쏠라리스, 리오(기아차) 등 승용 전문 생산라인이다. 중국과 체코공장에서 투싼(ix35)을 뽑아내고 있지만 각각 생산량이 20만대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생산라인이 이처럼 승용 부문에 치우치다 보니 공급량 확대는 물론 신제품 출시도 더디다. 올 들어 경쟁사들이 신형 RV를 쏟아내고 있지만, 현대차는 2분기나 되어서야 신형 투싼을 출시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이 신형 SUV 투아렉을 지난달 말 출시했고, 르노도 최근 신형 SUV 카자르를 공개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소형 SUV 티볼리를 내놓으며 RV 열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앞서 르노삼성차는 소형 SUV QM3로 지난해 재미를 맛봤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현대차의 주력이 세단인데, 쏘나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역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SUV만 실적이 올라오고 다른 건 안 팔리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트랜드를 빨리 이해하고 신차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가 노사간의 경직성 때문에 시장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고 팀장은 "현대차의 RV 생산라인은 국내에 집중돼 있는데, 국내에서 생산라인을 바꾸자고 하면 업무 부담 때문에 펄쩍 뛰고, 해외에 신설하려면 성과급이 해외로 넘어간다며 펄쩍 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