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유가, 50달러 회복..바닥쳤다? 신중론 여전

WTI 배럴당 53.05달러..7%대 급등

입력 : 2015-02-04 오전 11:25:02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국제유가가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올해 들어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미국의 원유 기업들이 연이어 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전세계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유가가 드디어 바닥을 치고 반등이 시작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다수의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는 기술적인 반등에 불과해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유가 7% 급등..WTI 53.05달러로 '연중 최고'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3.48달러(7%) 높아진 53.05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31일 이후 최고치 일 뿐 아니라 WTI가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나흘 연속 상승한 것이다.
 
또한 장중 WTI는 9.4% 오른 54.2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3일간 美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추이(자료=investing.com)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3.03달러(5.53%) 오른 배럴당 57.78달러대에서 거래됐다.
 
특히 이날에는 영국 원유개발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설비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BP는 올해 설비투자규모를 200억달러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셰브론 등 다른 원유 회사들도 사업 축소를 발표한 바 있다.
 
앞서 뉴욕 원유 전략가들 사이에서 올해 북미지역의 원유굴착장비 규모가 30~40% 감소해 산유량 역시 15~2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이번주 내내 유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미국 정제시설 노동자들의 파업 역시 유가 상승을 돕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이 중단될 수 있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날 그리스에 재정 문제에 대한 우려감이 완화되며 달러가 유로화 대비 큰 폭의 약세를 나타낸 것 역시 유가 상승의 촉매재로 작용했다.
 
◇바닥 다졌다 vs 아직 바닥 확인 안돼
 
유가가 4거래일 연속 상승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드디어 유가가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압둘라 알 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이날 이 같은 전망에 불을 지폈다.
 
바드리 총장은 "유가가 배럴당 40~55달러까지 밀린 만큼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만간 추세적인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만약 원유와 가스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유가는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라고까지 전망했다.
 
현재 속도로 투자가 줄어든다면 결국 공급 부족이 발생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유가가 바닥을 다진 것인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며 신중론을 제시하고 있다. 
 
유가 하락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수요 부족 및 공급 증가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시에떼제네랄은 "올해 상반기에만 3억배럴의 재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고 가레스 루이스 데이비스 BNP파리바 전략가 역시 "원유 공급 과잉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최근 유가 반등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북미지역의 원유굴착장비 규모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데이비스 전략가는 "굴착 장비의 감소 이후 실제 산유량이 줄어들기까지는 최대 9개월이 걸린다"며 이것이 단기간의 유가 상승을 도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유 전문가인 스테판 슈록 역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가 반등은 데드 캣 바운드(주가가 급락한 후 임시로 소폭 회복된 것)에 불과하다"며 "다시 긴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록 전문가는 유가가 60달러로 오르기 전에 다시 40달러 초반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밥 더들리 영국의 석유업체 BP 최고경영자(CEO) 역시 향후 유가 흐름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상황이 1980년대 중반과 흡사하다"며 "1986년 배럴당 30달러에서 10달러로 떨어진 유가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공격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가가 40~60달러 수준을 벗어나는 데는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100달러를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골드만삭스 역시 유가 전망치를 47달러, 소시에떼제네랄이 51달러로 낮게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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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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