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 땐 빨리? 국제유가 반등 4일만에 국내도 '들썩'

입력 : 2015-02-10 오후 12:36:06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국제유가 오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휘발유값 오른다는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좀 싸지는가 싶었는데 금방 다시 제자리 찾는 건 아닌지 불안하네요."
 
국내 휘발유값이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두바이유가 지난 2일 4달러 가까이 급등하며 본격적인 반등 움직임을 보이자, 정확히 나흘 만에 국내 휘발유 값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 10일 오전 9시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전날보다 2.25원 오른 1414.11원을 기록,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바이유를 국내로 들여오기까지 약 30일, 국내 공장에서 정제 후 출하까지는 약 2주가 걸린다. 원유 결제 시점부터 실제 소비자가 완제품을 사는 시점까지 총 한달 반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번 휘발유값 오름세는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내 휘발유값은 일주일에 한 차례 결정되는 정유사 공급가에 기반한다. 정유사가 원유를 상품화한 뒤 주유소나 각 대리점 등에 판매할 제품 가격을 정해 출하하면, 주유소에서 구매해 적정 마진을 붙이고 소비자들에 최종 판매한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값 변동에는 이러한 유통과정의 논리 말고도 다양한 원인들이 얽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국제유가는 물론 싱가포르 상품시장에서 통용되는 제품가격, 국내 소비 시장에서의 경쟁, 수요자들의 패턴, 유통 과정 등 복잡한 매커니즘에 의해 최종 휘발유값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주유소 측이 결정하는 최종 판매가에 영향력이 없다"고 전제한 뒤 "지금 국제유가나 싱가포르 상품가가 오르는 모습이니 주유소들이 휘발유값을 올려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싱가포르 상품가격은 지난달 13일 바닥을 찍고 상승 중인데, 국내 휘발유값은 오히려 늦게 오른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주유소협회 측은 "국내 판매되는 휘발유값에는 정유사 결제분 약 40%, 세금 약 50%가 포함돼 있다. 유통마진은 5~6% 밖에 안 된다. 주유소는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데 관여할 부분이 적다"고 주장했다.
 
국내 휘발유값을 결정할 때 국제유가와 싱가포르 상품 가격을 따른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시장 흐름을 참고하는 것일 뿐,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유 정제에 상당기간이 소요돼 국제 원유가가 국내 휘발유값에 즉시 영향을 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휘발유가 국내 주유소에서 직접 유통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국내 휘발유값은 국제원유가격, 싱가포르 상품가격, 각 정유사 마진 등 다양한 원인들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는 글로벌 시장 상황 변화의 기대심리에 기댄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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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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