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선거법 유죄'에 힘받는 '실체 규명' 목소리..檢, 의지있나

朴대통령 '정당성 타격'..진상규명 기로에
수사 미진 확인될 경우 특검론 고개들 듯

입력 : 2015-02-09 오후 8:15:22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2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법부가 국정원의 2012년 대통령선거 개입을 인정함에 따라, 당장 대선 당시의 국가기관 대선개입의 실체를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 전 원장의 항소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피고인들은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과 조직을 특정 정당 반대활동에 활용했으며 이는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동으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대선 국면에서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하기 위한 목적의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점을 피고인들은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가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이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이라고 인정한 것.
 
재판부가 2012년 대선 당시 국가 정보기관의 조직적인 선거운동이 있었다고 인정함에 따라, 또 다시 대선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News1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는 와중에도 '나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자칫 '정권의 정당성'에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국정원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6월 24일. 김한길 민주통합당 대표의 공개편지에 대한 답장), "재판 결과가 나오면 책임 묻겠다. 지난 정부일로 사과는 무리"(9월16일. 여야 대표와 3자 회담)라고 했다. 새누리당도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개인적 일탈"이라며 방어막을 굳게 쳤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대선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박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과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사이버 활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것.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정당성'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진상규명 등과 같은 입장 표명 역시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피해자' 野 "모든 의혹 진상규명하라"
 
사건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선거 결과'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맞붙었던 문재인 의원이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만큼 선거 결과 언급 자체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대신 이번 판결을 근거로 더욱 확실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유은혜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원장 유죄 판결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국가 권력기관의 선거 불법 개입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재판부 판결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국정원대선개입 특위는 "이제야 절반만의 진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국정원 심리전단 면죄부 의혹'·'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악용'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당장 검찰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직접 댓글을 단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에 대해 지지부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호남 비하'·'야당 정치인에 대한 극언' 등을 수천 건 게시한 '좌익효수'를 비롯해 심리전단 요원들에 대해 검찰은 '대선개입 수사'가 본격화된 지 22개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처리방침 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직접 이를 실행했던 심리전단 요원들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사진=뉴스토마토)
 
판사 출신인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원 전 원장의 명령을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해도, 범죄 유무에 대해선 검찰이 아닌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야권은 또 다시 '특별검사'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원 전 원장에 대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야권에선 '검찰이 아닌 윤석열 특별수사팀의 성과'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檢, '선거법 86조' 적용 끝내 외면..수사 의지 의구심
 
아울러 윤석열 특별수사팀의 원 전 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현직에 있는 점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기소한 후, 2심 판결까지 끝내 선거법 86조 적용을 외면했다. 선거법 86조는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으로, 직접적인 선거 운동을 금지하는 85조에 비해 혐의 입증이 쉽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은 원 전 원장 등을 고발할 때, 선거법 85조·86조를 함께 기재했지만, 검찰 기소 당시에는 빠졌다. 검찰이 공소장에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는 수사팀 차원이 아닌, 검찰 차원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원 전 원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던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는 검찰이 86조를 적용했을 경우, 1심에서도 선거법 유죄가 내려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를 끝내 외면해 공소유지에 의구심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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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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