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입차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산차 업체들의 안방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새해 첫 달 국산차의 내수 판매 실적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수입차들의 급격한 상승세를 막기에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1일 국내 자동차업계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량 19만대를 돌파하며 내수시장 점유율 13.9%를 달성한 수입차는 지난달 월간 판매대수가 2만대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점유율 15%를 향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입차 판매 1위인 벤츠의 국산차 추격이 매섭다.
지난달 업체별 승용차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벤츠는 국내에서 4367대를 팔아 점유율 4.0%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5사 중 하나인 르노삼성이 5739대 판매로 점유율 5.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판매대수 역시 1300여대 차이로 상위 5위권에 있는 국산차를 수입차가 바짝 추격한 상황을 연출했다.
◇2015년1월 업체별 승용차 국내판매 현황(단위:대, %, 소수두자리반올림).(자료제공=산업통산자원부)
내수 판매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올 1월
현대차(005380)는 3만5139대로 31.9%를,
기아차(000270)는 3만1665대로 28.8%를 기록하며 1, 2위에 굳건히 자리했지만, 양사의 총 점유율은 60.7%로 60%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더욱이 지난해 수입차 대항마로 야심차게 내놓은 중형 세단 LF쏘나타와 준대형 세단 아슬란이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현대차의 대응 전략은 수포가 됐다.
지난해 4월, 5년 만에 풀체인지로 새롭게 탄생한 LF쏘나타는 출시 직후 1만1904대가 팔리며 단숨에 국산차 전체 판매 1위에 올랐지만, 4개월 만인 8월 판매량(5596대)이 반토막 나면서 '반짝' 효과에 그쳤다. 이후 9월 택시 모델 출시로 그나마 뒷심을 발휘했지만, 영업용을 제외한 순수 LF쏘나타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3만7986대에 그쳤다.
아슬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륜 구동 프리미엄 대형 세단으로 개발된 아슬란은 상무급 대기업 임원을 겨냥해 출시됐다. 그러나 연말 주요 대기업 인사가 마무리되자 판매량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의 빈 틈을 찾지 못하면서 포지션 구축에 애를 먹었다.
아슬란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판매목표였던 600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51대에 그쳤으며, 올 1월에는 1070대를 팔았지만 이마저도 판매가 본격화된 11월(1320대)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지난달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한 아우디 'A6 35 TDI'와 4위 'A6 45 TDI'가 각각 807대, 533대 팔려나가면서 A6 모델의 총 판매량이 1340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슬란은 물론 에쿠스(921대)와 K9(475대) 등 국산차가 내놓은 고급차의 판매량은 모두 이에 한참 뒤쳐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수입차 선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준대형급 이상 차종에서의 수입차와 국산차 간 경쟁이 뜨겁다"며 "특히 수입차의 고급차 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