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서비스 출시에만 급급..폐지·변경 잇달아

단말 선보상제 일부 폐지 이어 가족결합상품까지

입력 : 2015-02-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 3사는 "더이상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고 서비스 경쟁에 집중할 것"이라고 입모아 강조해왔다. 그러나 신규 서비스 출시에 급급한 나머지 뒤늦은 약관변경 혹은 서비스 폐지가 잇따르고 있어 소비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통 3사가 모두 내놨던 단말기 선보상 프로그램의 경우 이용자 차별 및 우회 보조금 변질 등의 소지가 있다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지적을 받았다. 이후 방통위의 사실조사가 시작되자 SK텔레콤(017670)KT(030200)는 빠르게 프로그램을 종료하며 꼬리를 내렸다.
 
또 가족결합상품 중 포인트를 단말기 구매에 사용하도록 한 부분에서 우회적 보조금 논란이 제기되자 LG유플러스(032640)는 상품을 출시한지 한 달이 넘어서야 약관을 변경하고 판매를 재개했다. SK텔레콤은 출시 3개월만에 프로그램을 아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SKT, T가족포인트 '종료'..LGU+ 가족무한사랑클럽 '변경'
 
SK텔레콤(017670)은 가족결합 고객에게 제공하던 'T가족포인트'를 16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도입됐던 'T가족포인트'는 가족형 결합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매월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기기변경이나 단말기 AS 비용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4인 가족의 경우 2년간 총 33만6000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으며 이는 기기변경 단말기 지원금과 중고 단말기 보상(T에코폰)을 더하면 최신형 단말기 1대를 무료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텔레콤 측은 "해당 포인트 제도 전반에 대한 법률적 이슈를 검토한 결과 단말 구입 시 활용하는 포인트가 유사 지원금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고객의 실질적인 혜택을 강화한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SK텔레콤이 20여개 단말기에 대한 공시 지원금을 줄줄이 하향조정하고 있어 일각에선 이번 서비스 종료도 마케팅비 방어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850만여명에 달하는 기존 가입고객들의 불편도 예상되고 있다.
 
기존에 T가족포인트를 제공받던 고객은 오는 5월17일까지 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으며, 적립된 포인트는 향후 36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또 T가족포인트를 제외한 무한멤버십 및 가족 간 데이터 생성·공유, 고객별 유무선 결합상품 혜택은 변함없이 제공된다.
 
LG유플러스는 출시되자마자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판매 중지 요청을 받았던 '가족무한사랑클럽'의 서비스 내용과 약관을 변경해 한 달 만에 다시 내놨다.
 
지난달 9일 출시했던 가족무한사랑클럽의 경우 포인트를 단말기 선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우회 보조금 여지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서비스 주 내용을 단말기 구매 지원에서 요금할인으로 변경해, 2~5명의 가족이 결합하면 매월 받는 포인트를 결합가족의 통신요금 할인에 쓸 수 있도록 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사진=SK텔레콤)
 
◇중고폰 선보상, LGU+만 지속..방통위 "사실조사 마무리 단계"
 
이에 앞서 이통 3사가 모두 출시했던 '중고폰 선보상제'의 경우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착수하며 LG유플러스만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고폰 선보상제'는 이통사가 18개월 이후 반납조건을 전제로 해당 단말기의 미래 중고폰 시세까지 책정해 공시지원금과 별개로 선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폰6 출시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가 '제로클럽'을 전격 출시하자 경쟁사들은 중고폰 시세를 사전 예측하는 것은 '무리수'라며 비판했지만 결국 가입자 이탈을 방어하기 위해 SK텔레콤은 '프리클럽', KT는 '스펀지제로플랜'이라는 유사 프로그램을 줄줄이 내놨다.
 
그러나 방통위는 결국 "부당한 이용자 차별 및 우회 지원금 변질 가능성이 있어 중고폰 선보상제는 단말기유통법 취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지난달 14일부터 사실조사를 진행했다.
 
암묵적으로 우회적인 보조금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경쟁 맞불을 위해 따라간 결과 3사 모두 방통위 제재를 받게 됐으며, 1~2개월의 짧은 기간에 해당 프로모션을 이용한 소비자들도 혼란스럽게 된 셈이다.
 
사실조사 실시 직후 SK텔레콤과 KT는 빠르게 해당 서비스를 종료하고 나섰지만 LG유플러스는 되레 서비스 연장 운영을 결정했다. 특별한 제도 보완 없이 오히려 중고시세 하향에 따라 보상금액 기준까지 낮췄다.
 
오락가락하는 이통 3사 서비스에 소비자들만 더욱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중고폰 선보상제에 대해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사실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빠른시일 내에 결과를 토대로 제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사업자들에 대한 의견진술도 들어야 하고 2월엔 설 연휴도 있어 이달 중엔 물리적으로 결과를 내기 어렵겠지만 최대한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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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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