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법원이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에 설치된 가설점포에 대한 철거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강남구청이 본격적인 철거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2부(재판장 박연욱)는 13일 구룡마을 토지주들로 구성된 주식회사 구모가 "본안 판결 선고 후 14일이 되는 날까지 철거작업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강남구청의 철거집행 대상인 건물은 이미 상당부분 철거돼 물리적 구조와 용도, 기능면에서 사회통념상 독립된 건물로 보기 어렵다"며 "대집행 실행행위로 철거된 건물을 그 상대방이 원상회복할 수 있다고 볼만한 법률적 근거가 없고, 현재 건물의 상태에 비추어 볼 때도 건물을 적법하게 원상회복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구모는 철거처분의 위법을 다툴 기회가 없어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추후 강남구청이 비용납부명령을 하는 경우 이를 다투면서 선행처분인 계고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등 강남구청의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이 남아있다"며 "처분의 집행을 계속하여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2014년 11월 발생한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 중 일부가 건물에 임시로 거주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현재는 모두 강남구청이 마련한 대책에 따라 이주한 것으로 보여 더는 이재민의 거주라는 목적으로 건물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며 "오히려 현재상태의 건물을 유지하는 경우 인근주민들의 신체나 재산,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강남구청에 대해 "법원이 구모의 의무불이행을 방치하는 것이 심히 공익을 해하는지를 심사할 겨를도 없이 대집행 영장 발부 및 통지 이후 실행행위까지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을 이용해 철거를 단행한 것은 행정청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남구청은 지난 6일 구룡마을 가설점포에 대한 철거에 들어갔다가 법원의 직권중지 명령으로 철거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는 이날까지 철거를 중단했다.
◇지난 6일 진행된 구룡마을 가설건물 철거집행 당시 강남구청 측과 구룡마을 주민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