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결렬..'그렉시트' 찾아오나

디플트 위기 점증..그리스 유로존 탈퇴 위기에 금융권 '요동'
뱅크런 가속화..20일 추가 회의 '관건'

입력 : 2015-02-17 오전 11:33:4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그리스 정부와 유로존 당국이 벌인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되면서 유로존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이대로 가면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유로존 회원국 지위도 잃게 된다.
 
한 번의 구제금융 회의가 더 남아있긴 하지만, 그리스와 유로존 주요국들 간의 입장차가 커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실패..긴축 놓고 의견 갈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6일(현지시간) 그리스와 유로그룹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관한 논의를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회의가 소득 없이 결렬됐다고 전했다.
 
양측의 의견차가 너무 큰 나머지 회의는 4시간 만에 끝났다. 긴축 수위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던 탓이다.
 
그리스는 오는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한편, 8월까지 새 조건을 담은 구제금융안을 논의하고 앞으로 6개월간 자금 지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 긴급 지원금을 '가교 프로그램(브릿지론)'으로 명명했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구제금융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런 지원금을 얻기 위해 그리스 정부는 긴축 전면 반대에서 일부 수용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전 정부가 국제 채권단과 맺은 긴축 등의 합의사항 중 70%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리스 정부는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성장 전략을 남겨놨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연금 확대, 민영화 중지 등의 대선 공약 사항을 이행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당국자들은 그리스와 생각이 달랐다. 이날 유로그룹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그대로 연장하라며 그리스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리스만 예외적으로 긴축 수위를 낮춰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유로 지목됐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장관들 사이에서는 그리스 정부가 현 구제금융을 연장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결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디폴트 위기 점증..'그렉시트'로 이어질 수도 
 
이로써 그리스는 5년 만에 처음으로 기댈 곳 하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됐다.
 
지난 2010년 5월부터 지금까지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이 제공하는 구제금융으로 연명해왔다. 그런데 이전 협상이 결렬돼 이제 돈을 얻을 곳이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속속 도래하는 채무 상환 만기일까지 자금을 조달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야 한다. 디폴트 선언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로 이어진다.
 
◇그리스 증시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오는 6월까지 30억유로를 갚아야 하고 유럽중앙은행(ECB)에는 오는 7월20일 이전에 35억유로, 8월20일 전에 32억유로를 내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몇달간 쓸 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럽 당국은 그리스에 그정도의 여력도 없다고 본다.
 
이처럼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자 유로존 금융권이 흔들렸다.
 
FTSE유로퍼스트 300지수는 이날 0.2% 하락했고 지난주 역대 최고치로 마무리한 독일 증시는 0.4% 내렸다. 지난주 5.6% 상승 마감했던 아테네 증시는 3.8%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발행된 그리스 3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1.83%포인트 오른 17.57%까지 폭등한 반면, 독일 10년물 금리는 0.33%로 낮아졌다.
 
달러 대비 유로화는 협상이 결렬된 이후 0.5% 낮아진 1.1325달러를 기록했다.
 
수잔 겔러 제프리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은 이번 주말에 협상이 타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날 협상이 결렬되고 시간이 흐르면 유로화는 더욱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런 위기 고조..매일 은행서 5억유로 빠져나가
 
유로존 당국자들은 이대로 가면 그리스에 뱅크런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디폴트를 선언하지도 않은 지금도 그리스 은행에서 매일 3~5억유로가 빠져나가고 있다.
 
JP모건은 향후 1주일 동안 그리스 은행 계좌에서 20억유로가 이탈할 것으로 내다보며 은행이 보유한 예금 규모가 줄어 대출해 줄 여력도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 14주 안에 자금을 조달할 때 쓰는 담보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 은행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사진=로
이터통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리스 은행권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시민들과 기업들이 예금을 줄줄이 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시클루나 몰타 재무장관도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지 않으면 재앙이 찾아 올것"이라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은행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면 그리스는 기존의 통화인 드라크마를 다시 발행해 급한 대로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면 자연히 유로화 동맹인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그리스와 유로그룹이 오는 20일에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리스 디폴트로 인한 후폭풍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FT는 바루파키스 장관이 구제금융 연장 가능상을 언급했다며, 다가오는 회의에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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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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