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 인기 화장품에 대한 모방 제품(카피캣) 출시 논란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모방 제품을 만든 회사들은 느긋한 분위기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더라도 고소인이 승소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 화장품 주요 국가의 화장품 관련 특허 및 상표권 출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특허권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허권 적용시 제품별로 항목이 나눠져 있지 않은데 특히 화장품의 경우 많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조금만 달리 해 제품을 출시하면 사실상 특허권을 주장 어렵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허상담센터의 한 변리사는 "특허권이 제품 항목별로 촘촘하게 나눠져 있지 않기 때문에 화장품처럼 수십가지 성분이 들어갈 경우 이 중 몇 가지만 다르면 권리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 가지 요인이라도 다를 경우 특허권이나 상표권 소송에서 이기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앞선 판결을 보더라도 모방 제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비슷한 수준을 능가하는 부분이 있어야 권리를 내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지난 2012년 미샤는 광고를 통해 에스티로더의 갈색병과 SK-Ⅱ의 피테라 에센스를 거론하며 유사한 분위기의 '보라빛 앰플' 상품을 출시했다. 이후 SK-Ⅱ를 판매하는 한국P&G는 미샤의 비교 광고가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대법원은 성분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샤의 손을 들어줬다.
이 보랏빛 앰플이 12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며 쏠쏠한 재미를 본 미샤는 이번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파운데이션과 특허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아모레퍼시픽은 미샤의 신제품 'M 매직쿠션'의 제품을 분석한 뒤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샤측은 쿠션 제품이 보편화된 상태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주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과도 에어쿠션 특허를 놓고 지난 2012년부터 장기간 지루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로레얄그룹의 브랜드인 랑콤도 이달 내로 국내에 쿠션형 제품을 출시할 예정인데다 디올도 비슷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현재 진행중인 재판 결과에 주목된다.
이처럼 특허권 소송을 하더라도 승소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보니 후발업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동안 비용을 들여 개발을 했는데 다른 회사에서 유사상품을 쉽게 내놓는 상황이다보니 특허등록을 한 메리트가 없어진 것 같다"면서 "겉보기에 소비자들도 혼동할 만큼 비슷한 제품도 성분이 조금만 다르면 특허권을 등록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허권의 허점으로 재산권을 보호 받지 못하는 기업중 일부는 빼앗긴 소비자를 발전된 기술력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특허 등록을 한 자사의 제품과)매우 비슷한 컨셉으로 나와있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모방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시장을 커지게 할 수 있는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 쿠션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더 발전적으로 나가려는 노력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