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오는 15일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3년째를 맞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FTA 관세 정부가 공언한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FTA 발효 이후 3년동안 관세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크고 농산물 수출은 저조한 기록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공동 발표한 '한-미 FTA 발효 3년차 교역·투자 동향'을 보면, 2014년 한-미 FTA 발효 3년차의 교역규모는 1156억달러로 전년보다 11.6% 증가했다. FTA 발효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총 교역액은 14.7% 올랐다.
또 한-미 FTA 3년차 FDI 36억900만달러로, 전년의 35억2500만달러보다 2.4% 상승했으며, 국내 기업의 FTA 활용률은 FTA 발효 첫해인 2012년(69.4%)과 비교해 7% 상승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3년간 미국 수출은 증가세, 수입은 둔화세를 나타내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같은 기간 세계의 총 교역액이 1.72% 오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의 포괄적 협정인 한-미 FTA가 우리나라 교역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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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혜택품목 수출·활용률 저조한 실적
하지만 실적을 제대로 분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FTA 관세인하 혜택을 받는 품목보다 혜택을 받지 않는 품목의 수출이 늘었고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도 낮아서다.
우선 미국 수출 상위 5개 품목(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반도체) 중 관세 인하·철폐 혜택을 받는 것은 자동차부품과 석유제품 등 2개뿐이다. 관세 혜택이 없는 자동차 수출이 FTA 발효 후 3년 만에 150억달로 2배 이상 오른 것과 달리 혜택품목인 자동차부품의 수출액은 16억달러, 석유제품은 5억달러 오르는데 그쳤다.
정부가 "FTA 발효 3년차의 미국 수출이 전년보다 13.3% 올랐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관세 혜택품목의 수출은 4.3%만 늘고 비혜택품목은 19.0%나 증가했다.
FDI와 FTA 수출 활용률도 자세히 보면 득실이 엇갈린다. 한-미 FTA 발효 3년차에 부문별 투자액 가운데 제조업 투자가 5억달러로 전년보다 55.6%나 깎였다. FTA 발효 3년차의 투자액(36억900만달러)은 FTA 1년차(36억7400만달러)에 비해 6500만달러 줄었다.
FTA 활용률도 대기업은 0.2% 올랐지만 중소·중견기업은 0.6% 떨어졌다. FTA 발효 첫해와 비교하면 기업의 FTA 활용률이 높아지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0.8% 줄었다.
◇농업, 수출 1억달러 늘 때 수입은 14억달러 증가
한-미 FTA 발효로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농업부문은 수입 농산물이나 식품의 관세 인하·철혜 효과가 애초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FTA 발효 3년차에 미국 농수산물 수출은 5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8.2% 늘었다. 분야별로는 농산물(전년 대비 12.0%)과 임산물(19.0%)의 수출이 늘었고, 품목별로는 혼합조제 식료품(25.1%), 궐련(19.1%), 소스류(18.9%) 등이 올랐다.
그러나 수입액 규모가 50억8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증가율도 30.2%에 달했다. FTA 발효 첫해와 비교하면 수출이 9000만달러 오를 때 수입은 14억달러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입은 전년보다 32.3%, 28.7%씩 올랐고 체리와 레몬, 견과류 수입도 증가했다. 수산물은 수출이 0.2% 줄었지만 수입은 오히려 7.2% 늘었다.
이렇다 보니 한-FTA 관세 인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FTA 이득이 경제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수출과 투자규모 증가에 따른 고용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통계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미 FTA는 물론 우리나라가 맺은 어느 FTA에 대해서도 고용유발 효과를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대로 FTA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미 FTA 내실화와 낙수효과 증진에 공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FTA별로 효과분석을 통해 산업별 대책과 국내 경제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