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먹거리 복지'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것은 비교적 최근부터다. 누군가는 먹거리라는 말과 복지정책이 결합할 수 있느냐고 물을 법도 하다. 경제가 성장해 사방에 먹을 게 널린 우리나라에서 먹거리 복지라는 말은 생뚱맞아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먹거리가 늘었다는 것과 먹거리의 질적 소비를 보장하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23일 김홍주 원광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늘날은 분명 보릿고개 시절보다 먹거리의 절대량이 늘었고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도 커졌다"며 "그러나 문제는 이런 풍요 속에서도 해마다 국민의 10% 정도가 먹거리를 구하지 못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먹거리 복지에서 소외된 인구, 국민의 10%
먹거리 복지의 첫번째 관심사는 국민 모두에 충분한 먹거리를 보장하는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정부에서 급식지원을 받는 18세 미만 청소년은 지난 2013년 조사 때 41만6000여명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만 65세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위치해 기초연금을 받는 어르신들은 약 433만명이었다.
정부의 급식지원이 없다면 아동·청소년, 노인을 통틀어 제대로 밥을 못 먹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470만명이나 되는 것. 여기에 20대~50대 경제인구 중에서도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결식이 잦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먹거리 복지에서 소외된 인구는 더 많아진다.
◇연도별 18세 미만 아동 급식지원 현황(자료=통계청)
먹거리 복지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이 18세 미만 아동과 30대 이하 직장인들이다.
청소년들은 평소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적어 결식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저소득층 청소년에 급식지원 사업을 펼치는 최성욱 행복도시락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은 경로당이나 노인회관 등에서 급식을 지원하지만 청소년들은 학교 외에 급식지원이 되는 곳이 없다"며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가 많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국민건강통계와 통계청의 양곡 소비량 조사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20대 젊은이들은 한달에 평균 3.7끼를 걸렀고, 아침식사 결식률은 37.4%로 전체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점심과 저녁 결식률도 각각 12.3%, 4.8%로 다른 나이대보다 많았다.
지난해 총 청년 고용률이 40.7%에 불과할 정도로 고용난이 심해졌고 청년 백수와 비정규직 등이 많아진 상황에서 돈을 아끼느라 밥을 굶는 20대가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인스턴트·가공식품 위주 먹거리 소비..소득별 영양격차 커져
소득이 없어 영영가 높고 충분한 먹거리를 섭취하지 못하면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먹거리에서 소외되는 문제와 연결된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소득이 낮을수록 일정한 먹거리를 섭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인스턴트·가공식품 등에 의존하는 비율, 영양 불균형이 해마다 더 커졌다.
2013년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영양섭취 부족자는 소득 하위계층이 9.6%였으나 상위계층은 6.4%였다. 에너지·지방 과잉섭취는 소득 하위계층이 8.6%였으나 상위계층은 12.1%나 됐다. 이러다 보니 소득이 적을수록 비만과 당뇨병, 골관절염, 치아우식증, 빈혈, B형 간염 등 각종 만성질환 비율이 소득 상위계층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제 먹거리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복지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홍주 교수는 "먹거리가 위험한 사회일수록 그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먹거리 보장 정책이 필요하고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식 빈곤층 지원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환경, 교육, 문화 등에 이르는 새로운 사회보장 정책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