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귀촌인구는 느는데 농가인구는 줄고 있다. 정부가 '귀농·귀촌인구가 사상 최대치'라며 대대적인 귀농 실적 홍보에 나섰지만, 귀촌한 가구 중 농사를 짓기 위해 도시를 떠난 '귀농가구'는 사실상 거의 없던 셈이다.
24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가구는 4만4586호수(37.5%)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귀농가구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1만1144호수로 전년대비 2%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전체 귀농·귀촌가구 수와 비교해 4분의 1, 귀촌가구(3만3442호수, 55.5%)에 견줘서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귀촌 붐'이 '귀농 붐'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농가인구는 전년대비 3만명(1.1%) 감소한 276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집계된다. 10년 후인 2024년에는 현재 보다 49만명 감소한 230만명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농업소득만으로 귀농 막막..농외소득 비중 높아져
귀촌가구는 급증하는데 귀농가구가 품귀한 이같은 현상이 가능한 데는 도시근로자가구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농가소득이 한몫한다. 도시에서 누리던 생활 수준을 귀촌해서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00대 78.2 수준이던 도농 간 소득격차는 2012년 들어 더 벌어져 100대 57.6 수준이 됐다. 도시 근로자가 100만원을 벌 때 농업 종사자는 57만6000원밖에 벌지 못하는 것이다.
귀촌한 사람들이 농사를 짓지 않는 원인 1순위로 '돈 문제'를 꼽는 이유다. 더구나 전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 왔다. '귀농'해서도 농사만 짓고서는 밥 벌어 먹기가 힘들다는 것. 농가소득은 농업소득, 농외소득, 이전소득, 비경상소득 등으로 구성되는데,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농가 전체 소득대비 농업소득은 31%에서 29%로 줄었다.
농고를 졸업해 양평의 한 딸기농장에서 부모의 일손을 거들며 후계농업경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정 모씨는 "장사거리나 농사 짓는 것 외에 다른 돈 벌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농업에) 도전해볼 만하겠지만 돈도 없고 땅도 없는 등 여력이 없다면 시작할 수 없는 게 농사"라면서 "농고 나온 친구들 대부분이 돈 문제로 결국 서울에서 취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귀촌한 사람들 대부분은 전원생활로써 노후자금이나 농외소득으로 귀촌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40% 수준이던 농가소득에서 농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들어 45%로 올랐다.
◇농업총소득과 농가소득 추이.(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경기도 선호 여전..귀촌해도 문화·여가 포기 못해
도시를 떠난 가구들이 귀촌을 해도 도시와 비교해 크게 뒤쳐지지 않는 문화와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원하면서 귀촌 붐은 경기도와 제주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귀농·귀촌한 4만4000여가구 가운데 4분의 1 수준인 1만1000여가구가 경기도로 향했다. 지난해 제주도로 귀농·귀촌한 가구는 총 3875가구로 전년 472가구 대비 무려 7배 이상 증가해 전체 지역 가운데 증감률이 가장 높았다.
4년 뒤 은퇴를 앞두고 귀촌을 준비하고 있는 공무원 이 모씨는 "나이 들어 생활 환경 전부를 바꾸고 새 출발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귀촌지역으로) 가까운 경기도 여주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아내는 아예 경기도 외 지역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여가 인프라가 열악한 농촌에 대한 기피현상은 여성층에서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의 외로움과 고립감 등을 높혀 외딴 농촌 전반에 대한 기피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벌인 귀농·귀촌인구의 정착실태 조사 결과, 외로움과 고립감은 도시 재이주의 2번째 사유로 꼽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체 귀농·귀촌 건수에서 경기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지만, 경기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제주도 귀촌가구 가운데 농업에 종사하기 위해 이주한 가구는 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