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그리스와 독일 정상이 만나 그간의 해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관계를 재정립하기로 해 구제금융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베를린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정치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자제하고 화해와 협력의 제스처를 취했다.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한 치프라스 총리는 메르켈을 만나 "그리스의 현재 긴축 프로그램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며 "지난 5년간의 성과를 부정할 마음은 없지만, 정치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배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조속히 협상에 도달하기 위해 공통의 합의점을 모색할 것"이라며 "구조개혁은 그리스 경제에도 필요한 조치이며 분할금을 얻는 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그리스가 경제 강국이 되기를 희망하며 경제가 성장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메르켈은 "나치 배상금 문제는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이미 끝난 문제이나, 그리스인들의 삶이 고달프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와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처럼 양국 정상이 종전의 호전적인 태도를 버리고 서로를 호의적으로 대하자 구제금융 협상이 얼마안가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사민당 의원은 "이번 회동은 양국의 악화된 감정을 누그러뜨려 주는 역할을 했다"며 "지난 2주간 양측은 나치 배상금 문제와 긴축 등을 놓고 호전적인 레토릭을 주고받은 바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 여론이 그리스 구제금융에 회의적인 데다 의원들도 그리스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어, 분할금 72억유로가 쉽사리 지급되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독일 의원들은 지난 몇주 동안 내내 그리스 정부에 구체적인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토마스 오퍼만 사민당 원내대표는 "메르켈이 아닌 치프라스가 움직여야 할 때"라며 "그리스가 구조개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 이제는 확실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은 골칫덩이 그리스를 아예 유로존에서 빼버리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최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독일인 응답자의 59%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의 48%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또 ZDF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80%는 그리스를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 회담에 앞서 메르켈 대변인은 "그리스는 독일이 아닌 유로그룹과 협정을 맺어야 할 것"이라며 "유로그룹 내 문제는 개별 국가 간의 회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이번 주말까지 새 경제 개혁안을 국제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