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보여주기 '녹색성장'에 자전거길 예산 낭비

입력 : 2015-03-25 오후 4:52:49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정부가 자전거길 개편을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 때 자전거 도로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행정자치부는 인천 송도에서 지자체 자전거 사업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일제정비’ 사업을 설명했다.
 
전국 자전거 도로(1만7991km)에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1만4109km)는 78.4%를 차지하고 있다. 비율은 높지만 이용이 불편해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떨어지고 보행자와 자전거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행자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행자도로 폭이 2m 이하였던 곳을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만든 곳은 다시 보행자도로로 바꿀 계획이다.
 
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전봇대 등 보행에 방해되는 시설물은 이동시키고 보행자와 자전거를 나누는 분리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행자부는 “좁은 보행자도로에 만들어진 모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다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교통 상황, 활용도, 사고위험 등을 판단해 보행자도로로 복구할 계획”이라며 “자전거도로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도 행안부의 정책을 환영했다. 한 지자체 자전거길 담당자는 “이번 행자부 발표는 기존 지침보다 다양화됐다. 지자체별로 자전거도로 상황이 다 다른데 특성에 맞게 개선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으로 자전거 도로 이용이 더 편리해 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산낭비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자전거도로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지난 2010~2013년 1952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정부는 이 대통령 임기 동안 ‘녹색성장’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지역 특성 등을 검토하지 않고 자전거도로를 건설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자전거도로 사업은 예비타당성 검사 조차 받지 않고 지자체에 재정 부담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한 지자체 자전거도로 담당자는 “정부 기준에 맞는 곳에 자전거도로를 무조건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밀어붙이면서 자전거도로가 단기간에 보급됐지만 지금 같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당시 정부가 검토를 충분히 하고 장기적으로 자전거도로 건설을 추진했다면, 지금처럼 예산이 두 번 투입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북한강 자전거길 대회ⓒ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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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