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높여줘 은행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이게 됐다.
그러나, 구제금융을 얻으려는 다양한 노력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있어, 정부의 곳간이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우려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25일(현지시간) 유로존 19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남은 현금준비금을 그리스에 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유로존 채권단은 그리스 금융권을 구제할 목적으로 482억유로의 현금을 은행에 투입했다. 그때 쓰고 남은 돈이 12억유로 였는데, 자금 사정이 급해진 그리스 정부는 최근 이 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독일이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그리스 국고에 귀속돼야 할 자금이 현재까지 엉뚱한 곳에 묵혀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의 주장을 무시하고 남은 돈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넣기로 했다. EFSF 대변인은 "그리스는 이 자금에 대한 법적 권리가 없다"며 "그리스 구제자금이 EFSF로 넘어왔다는 법적 정당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정부 입장에선 힘 빠지는 결정이다.
돈 쓸 일은 많은 데, 얻을 곳은 없는 상황이다. 며칠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사진)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구제금융 논의를 이어갔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스는 유럽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구제금융 분할금 720억유로를 얻어내길 희망하고 있다.
그나마 ECB가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상한을 698억유로에서 710억유로로 늘려준 점은 고무적이다.
급한대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수혈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정도의 조치로는 그리스 재정문제를 말끔하게 해소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리스느 이달 말까지 공무원 임금과 연금 명목으로 17억유로를 써야하고 다음 달 9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게 빌렸던 돈 4억5000만유로를 갚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IMF에 부채를 상환하고 나면 빈털터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날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국내총생산(GDP)의 177%에 달하는 부채 비율을 좀 줄일 필요가 있다"며 채권단에 부채 규모를 탕감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