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최측근 가삼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지난해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에 이어 가삼현 부사장까지, 대주주의 쇄신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인물들로 삼각체제를 꾸리게 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본격적인 3세경영 체제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의원의 장남인 기선씨는 지난해 10월 임원 감축의 칼바람 속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상여금으로 현대중공업 주식을 받아 처음으로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중공업(009540)은 27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주총에서는 가삼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영업 대표(부사장)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가 부사장은 198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 해외영업부를 거쳐 대한축구협회에 파견됐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정 전 의원이 회장을 맡기 시작한 때로 가 부사장은 국제부장, 대외협력국장을 거쳐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회 경기운영본부장을 역임했다. 정 전 의원의 손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다.
이후 가 부사장은 2009년 7월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부 상무로 복귀한 뒤 2010년 전무, 2013년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계열사 3사 통합 선박영업조직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논란을 일으켰던 사외이사 선임 문제도 원만하게 해결됐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송기영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 고문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지만, 경제개혁연대 등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내놓자 유국현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로 후보를 교체했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에는 유국현 변호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선임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4개 안건이 가결됐다. 배당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의 영향으로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최길선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대내외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돼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며 “올해도 세계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 경쟁 심화 등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지난 40여년간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돼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경영 목표로는 매출 24조3259억원, 수주 229억5000만달러를 제시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진을 교체하고, 임원 30%를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적자의 늪은 4분기까지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에만 영업손실 3조2495억원, 당기순손실 2조2061억원을 기록하는 충격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해양플랜트 분야의 공사손실충당금과 공정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부진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했고, 조선부문에서 저선가 물량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