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철강업계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발 저가 수입재 공세에 이어 이번에는 검찰 조사까지 겹쳤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저가 수입재 공세를 막고, 고부가 판매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검풍이 몰아치면서 국내 철강산업 부진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경우 그룹 전·현직 최고위층이 연루돼 있어 올해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지난 28일 서울 을지로 동국제강 본사와 장세주 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주말을 틈타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동국제강으로서는 허를 찔렸다. 검찰은 장 회장이 해외에서 철 스크랩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이중 일부로 해외 원정도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동국제강의 회계장부와 세무 및 국내·외 대금 거래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하며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또 장 회장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검찰 수사관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수하동 동국제강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News1
검찰 조사에 대해 동국제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이미 지난 2011년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대상이었던 터라, 검찰 조사의 배경과 의도에 대한 궁금증만 커졌다. 2011년 당시 국세청은 특별조사 전담 팀인 조사4국을 통해 역외 탈세와 관련한 혐의를 잡고 회계장부를 뒤졌지만, 별다른 혐의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조사로 포스코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브라질 제철소 건립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 CSP 제철소는 약 5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브라질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발레(지분 50%)와 동국제강(30%), 포스코(20%)가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했다. 현재 8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완공 시 연간 3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슬라브를 수입해 사용하는 동국제강에게는 의미가 큰 사업이다. 브라질 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라브를 수입할 경우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고로사와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인 후판의 경우 중국산 저가 수입재 공세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9.3% 감소한 6조685억원, 영업적자 204억원을 기록했다. 브라질 제철소 완공만 손꼽아 기다린 이유다.
하지만 포스코에 이어 동국제강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대외 신뢰도 하락은 물론 해외사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철소 건설을 주도하는 포스코건설 또한 현재 해외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포스코그룹의 해외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렸다. 또 비자금 의혹이 포스코건설과 포스코그룹을 넘어 정치권까지 확산되고 있어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국제강의 경우 그룹 총수가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충격도는 남다르다. 혐의도 횡령과 해외 원정 도박이다. 동국제강은 검찰 압수수색 직후 법무팀과 관련 부서들이 휴일을 반납한 채 비상근무에 돌입,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압수수색 과정 중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직원 2~3명이 긴급체포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맏형인 포스코에 이어 3위인 동국제강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검찰의 다음 타깃은 누가 될 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국제강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고, 현재 브라질 제철소 등 규모가 큰 사업이 막바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총수 리스크에 대한 후폭풍은 예상 외로 심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제철소 CSP 전경(사진=동국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