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박종철군 고문사 사건' 검찰수사팀이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 하는 동시에 박군 유족에 대한 지속적인 동향보고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수사팀에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포함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31일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고문치사(박종철)' 기록물 내용을 열람한 결과 "검찰이 진실파악은 외면하고 유가족 사찰에만 열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이 열람·공개한 문건은 당시 사건 수사기록과는 별개로 사건 발생 이후 서울과 부산 등 지방검찰청에서 생산해 법무부에 수시 보고한 정보보고 문건으로 총 275쪽의 분량이다.
이 가운데에는 '박종철 사망사건 수사상황보고', '변사자 박종철 유족 관련 동향', '박군치사사건 공판관련 법정주변 동향'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서 의원은 설명했다.
이 기록물은 법무부 검찰국 검찰제3과가 생산한 것으로 서 의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국가기록원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로 분류·이관됐다며 난색을 표하자 서 의원이 직접 방문해 열람했다.
문건 중 검찰수사팀이 작성해 1987년 1월19일자로 법무부에 보고한 사항에 따르면 "피의자 상대 수사는 사건 송치전 치안본부에서 완결되도록 수사 지휘", "흥분된 매스컴의 보도열기를 가라앉히는 조용한 수사 마무리’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 의원은 이를 두고 "당시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경찰수사내용대로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려 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서 의원은 "검찰이 사건을 송치 받은 날은 1987년 1월20일"이라며 "검찰은 사건을 송치 받아 피의자들을 수사하기도 전에 사건 내용에 확정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당시 수사팀을 이끌었던 안상수 검사가 작성한 것으로 경찰로부터 구속영장이 비공식으로 접수된 후 당시 신창언 부장검사가 구속영장을 치안본부발표를 참조해 수정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안본부장은 같은 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에서 '고문사'를 최초로 인정했다.
서 의원은 또 이 문건 외의 기록물에서 검찰이 박군의 부모와 형, 누나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 의원에 따르면 당시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은 유가족이 누구와 만나는지, 국가배상소송을 준비 중인지, 당시 야당인 신민당 인사들을 접촉하는지는 물론 가족 개개인의 성향까지 보고됐다.
또 박 군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당시 부산시 수도국장과 영도구청장 등이 지속적으로 접촉해 '순화'하고 있다는 내용도 보고됐다.
서 의원은 "기록 문건을 검토한 결과 사건 당시 검찰이 사건진실파악에 주력한 것이 아니라, 유족들에 대해서까지 사찰에 가까울 정도로 동향파악을 하면서 정권보호를 위해 사건이 커지는 것을 막는데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 정황 및 진실파악은 외면하고 유가족 사찰에만 열을 올린 사실이 드러난 만큼 박상옥 후보자는 어서 빨리 대법관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하는 것이 지금이나마 민주열사와 유가족들에서 사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