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긴 시간 앞에서는 무엇이든 변화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앞에서는 이러한 옛말도 무색해지는 듯 하다.
국내에 '동반성장'이란 용어가 산업계 오르내리게 된 것은 2008년 대한민국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부터다. 특히 2010년 이 법률을 기반으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설립되면서 '동반성장'은 경제·산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대중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마주한 '동반성장'의 민낯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햇수로만 8년째이지만 정작 '동반성장'을 위한 기본적 데이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고 '상생'이 무색해지는 '진영 논리'라는 어휘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는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영성과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발표를 주제로 패널간 토론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연구위원의 발표는 국내 5대 제조업종 1200여개 협력업체의 경영성과 분석을 통해 구성된 것이다.
각 업종별 기업들의 매출을 비롯해 영업이익 및 비율, 부채 등의 통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동차 등 완제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의 하도급 업체들의 공급망 현황도 함께 공개됐다.
발표 직후 토론 패널로 참가한 학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자료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중소 하도급 업체들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 확대가 시급하다"며 "삼성전자의 하도급 업체 리스트를 우리가 왜 볼수 없는지 이해가 되지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러한 대목을 뒤집어 보면 정부와 관계 기관들이 이같은 중소기업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리스트와 공급망 현황 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중소기업들의 현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반성장'은 허울뿐일 수밖에 없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이날 토론에서 일부 패널들에게 '진영논리'라는 어휘가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한 패널은 "이날 토론회에 초대를 받고 참석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동반성장 토론은 진영논리와 같이 대기업이 나쁘다, 아니다라는 식으로 흘러가지 않느냐"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동반성장' 전문가로 참가한 패널이 상생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진영논리' 때문에 참석 여부를 고민했다는 말을 던진 것은 '그동안 진행된 수많은 토론들이 그래왔다'라는 말로 들려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대한민국의 동반성장도 이쯤되면 새롭게 변화할 때다. 때마침 최근 박성택 신임 회장이 중소기업중앙회를 새롭게 이끌게 됐다. 대한민국 전체 일자리 중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계가 박 회장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