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

입력 : 2015-04-02 오후 3:36:09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매월 초 소비자물가동향이 발표될 때마다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논쟁이 뜨겁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다' 혹은 '디플레이션 우려는 기우다'가 몇 달째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주된 골자다.
 
하루 전날 발표된 '2015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만 봐도 디플레이션 논쟁은 피해갈 수 없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오르는데 그쳤다.
 
외환위기 이후인 지난 1999년 7월 이후 약 16년 만에 최저치로, 담뱃값 2000원 인상 효과 0.58% 포인트를 제외하면 2월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근원물가'를 이유로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말한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은 뜨겁다.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디플레이션이란 본디 구조적으로 가격이 하락해 소비를 뒤로 미루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현재의 저물가 현상은 국제유가의 하락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사실상 디플레이션 단계로 봐야한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물가를 유가 등 공급 측면만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고, 담뱃값 인상을 제외하고도 상승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디플레이션 초기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디플레이션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정작 소비자는 디플레이션은 관심 밖의 일이다. 오로지 그들에게는 지표가 저물가라고 하지만 체감물가와 괴리가 크다는 게 주된 관심사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형국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디플레이션이다, 아니다'를 떠나 이러한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아닐까. 현재 향후 물가 움직임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등이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달려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획기적인 수요진작 노력과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다. 그렇지 않으면 디플레이션 함정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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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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