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승을 확정한 OK저축은행 선수단이 김시진 감독을 행가레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야구와 남자 배구는 결국 삼성이 우승하는 스포츠'란 말이 있다. 최근 수년 간의 잇단 삼성 우승으로 생긴 격언(?)이다.
특히 남자 배구에서 삼성화재의 성벽은 매우 높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는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 7년 연속 챔프전 우승을 했고, 올해 또한 삼성은 정규시즌 선두로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그렇지만 2014~2015시즌은 달랐다. 남자 배구의 최강자로 꼽히던 삼성화재를 제압하고 우승한 팀은 놀랍게도 창단 2시즌 차의 팀 OK저축은행이다.
이제 2년차 초보 사령탑인 김세진 감독이 지휘하는 OK저축은행은 지난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서 백전노장인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를 3-1로 제압했다.
OK저축은행의 이번 우승은 많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슬픔에 잠겨 있던 안산에 모처럼의 경사를 안겼다는 점을 들 수 있다.
OK저축은행은 안산시와 연고 협약을 맺은 후 한달이 채 되기 전에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2014~2015시즌 슬로건을 'We Ansan! 기적을 일으키자!'로 정하고, 'We'와 'An'을 붉은 색깔과 큰 글씨로 강조, 위안을 전하려 했다.
당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OK저축은행의 태도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위안' 슬로건을 담은 노랑색 홈 유니폼 위에 광고를 없앴고, 수시로 '기적'을 외쳤다. 또한 지역 주민과 함께 하려 노력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지역 연고 정착에 성공한 팀이 됐다.
◇2014~2015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 우승을 확정한 OK저축은행 선수단이 트로피를 들며 환호하고 있다. ⓒNews1
하지만 배구 내적인 요소로 봐도 OK저축은행의 이번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몰빵배구'로 놀림을 받기도 하는 삼성화재 특유의 '시스템 배구'에 대한 한계를 확인시켰다는 점이 주목된다.
신인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를 잘 선발한 후 공격의 과반을 책임지게 하고, 기타 선수는 온갖 뒷일을 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삼성화재는 이같은 극단적인 시스템에 신치용 감독의 지도력으로 버텨왔지만, 온갖 세트 플레이에 능한 세터 이민규의 중간 조율 하에 공격수 세 선수를 모두 폭 넓게 다루는 OK저축은행의 '토탈 배구' 전략에 끝내 무너지게 됐다.
또 배구계의 새 역사를 쓴 감독이 감독 2년차 초보인 김세진 감독이란 점도 돋보인다.
선수 외엔 방송 해설자 경험이 전부인 그의 감독 선임 소식에 세간에서는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첫 시즌을 지내고 난 뒤 정규 시즌부터 강한 면모를 보여주더니 챔피언 결정전도 장악하며 우려가 기우였음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2014~2015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승을 확정한 OK저축은행 선수단이 트로피를 들며 환호하고 있다. ⓒNews1
적극적인 투자가 기량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도 OK저축은행 우승의 시사점이다.
시몬은 서브·블로킹·속공 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선수다. 그런 시몬을 OK저축은행이 영입하자 배구계는 놀랐고, 결국 시몬은 팀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창단 때는 '경기대 3인방'으로 불리던 이민규·송명근·송희채를 한꺼번에 영입했다. 이들은 OK저축은행(당시 러시앤캐시)이 리그에 빠르게 자리 잡도록 힘을 보탰다.
이제 2시즌을 마친 팀인 만큼 OK저축은행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향후 OK저축은행이 쓸 새 역사에 배구 팬들의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