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실거래가 공개..소비자 피해 잡을까

다운계약서 관행 '여전'..실효성 논란도

입력 : 2015-04-03 오후 2:42:24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분양권과 입주권 실거래 내역을 온라인에 공개했지만 소비자들의 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송파와이즈더샵 전용면적 97㎡ 분양권 실거래가는 올해 1분기 동안 7억450만~7억4450만원에 신고 됐다. 당초 분양가보다 4000만~8000만 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최고 7억985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돼 있다. 7억5000만원 이하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프리미엄도 1억 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강서구 공항동 마곡힐스테이트도 전용 84㎡ 기준 지난달에만 4억9630만~5억4770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같은 시기 중개업소에서는 5억7000만~6억1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전언이다. 현재는 6억4000만 원 이상 부르는 매물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청실 84㎡ 분양권도 지난 1월 하루 차이로 12억8062만원과 13억5706만원에 각각 신고가 이뤄졌다. 두 아파트 모두 13층으로 층수가 같은데도 실거래가 차이가 7000만원을 웃도는 셈이다.
 
주택시장 수요가 신규 분양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분양권 프리미엄을 터무니없게 조장하는 '떴다방' 등으로부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분양권 실거래 내역이 공개됐지만, 여전히 다운계약서 작성 등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
 
분양권은 분양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양도하는 경우 양도차익의 50%, 1년 이상~2년 미만 보유시 40%의 양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단타 거래가 많은 분양권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을 실제보다 낮춰 계약하는 계약 행태가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분양권 전매가 풀린 아파트의 계약을 앞둔 직장인 H씨는 "중개업자들이 처음에는 다운계약서 얘기를 하지 않다가 가계약을 하자 다운계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매매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겨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는데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요자 J씨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나온 실거래가와 중개업소에서 부르는 호가가 너무 많이 차이나서 오히려 쉽게 매수를 결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분양권 실거래가가 공개된다고 해서 이 같은 관행들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다운계약을 적발한다고 해도 프리미엄을 현금으로 주고받아 거래내역을 드러나지 않게 하면 될 일"이라며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되는 바람에 계약 당일에 프리미엄을 더 올려 부르거나 다운계약을 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꺼려진다면 매도인이 부담해야 할 양도세를 프리미엄에 더 얹어주는 식으로 계약을 한다"며 "처음부터 다운계약으로 매수를 하면 차후 매도를 할 때 계약서 상 금액으로는 양도차익이 더 커지기 때문에 또 다운계약서를 써야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서울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분양권 실거래 내역을 공개했지만 프리미엄을 높게 붙여 시장을 교란시키는 '떴다방'과 다운계약서 관행 등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서울부동산정보광장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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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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