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전날 "이완구 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가이드라인 제시에 "수사논리대로 가겠다"며 응수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검찰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아직 수사 초기인 상황에서 '특검론'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리스트 의혹 사건의 칼자루를 당장은 검찰이 쥐고 있지만 언제 정치권으로 넘어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당은 이번 수사가 잠시라도 지체되면 바로 특검을 도입할 태세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당분간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검찰 수사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특검으로 가는 것도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4.24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여당으로서는 '성완종 리스트 특검 도입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망 입장인 청와대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검찰로서는 자칫 하다가는 진행 중에 수사를 특검으로 넘겨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결정적인 증인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진 상태에서 이렇다 할 증거가 아직 확보되지 않은 것도 검찰로서는 난감한 문제다. 그동안 결정적인 단서 역할을 해온 성 전 회장과 <경향신문>의 통화 녹음파일은 15일에서야 제출돼 감식에 들어갔다.
현직 국무총리가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도 검찰로서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의사도 진료를 거쳐 처방을 하듯, 수사도 기초를 다지는 절차가 중요하다"며 "누구를 먼저 수사하라거나 특검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직의 한 검찰 간부는 "특별수사팀이 흔들리지 않고 잘 가겠지만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행 특검법으로는 정권 실세를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야당측이 특검도입에 소극적인 면은 다소 검찰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현행 특검법은 법무부 차관과 대한변호사협회장, 법원행정처장 등이 후보자를 추천해 구성하기 때문에 친정부 인사가 추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외적으로 고민하거나 고려할 겨를도, 여유도 없다"며 "정치권 논리, 언론의 문제 제기 귀를 막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 논리와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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