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억원 전세 중개료 480만원..매매는 300만원

반값 중개료 도입했지만 고가 전세구간 역전 여전
같은 가격 수도권 매매와 서울 전세, 중개료 차이 250만원

입력 : 2015-04-15 오후 2:21:14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가 인천과 경기도에 이어 반값 중개수수료를 도입했지만 전세가격이 높아질수록 계약시 지불하는 중개보수가 매매보다 더 많아 일각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6억 원 이상 9억 원 미만 주택 매매 거래 시 적용되는 중개수수료율을 0.9% 이하에서 0.5% 이하, 3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 전세 계약 때는 0.8% 이하에서 0.4% 이하로 내리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키고 지난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계약시 비슷한 가격대 주택을 살 때 보다 중개보수를 더 많이 부담하는 역전현상을 해소하고, 거래 비용 절감을 통해 주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수료율 개편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전세금 중개보수 역전현상이 아직도 나타나고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6억원짜리 전세주택은 중개수수료 상한인 480만원(요율 0.8%)을 부담해야 하지만, 6억원 이상 9억 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300만원에서 450만원(요율 0.5%)으로 전세가 부담이 크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고가 주택이 많은 판교신도시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매매했다면 중개수수료는 최대 425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서울 강남에서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를 같은 가격에 전세로 계약할 경우 중개보수는 최대 680만원으로 255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전세난이 극심한 강남권이 아닌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성동구 옥수동의 새 아파트를 6억3000만원에 전세로 들어간다면 중개보수는 최대 504만원으로, 광교신도시에서 비슷한 규모의 새 아파트를 6억5000만원에 매입할 때 부담하는 325만원보다 200만원 가까이 높다.
 
같은 서울 안에서는 심지어 면적이 더 크고 가격이 비싼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전세보다 중개보수가 적은 경우도 있다. 양천구 목동 롯데캐슬위너 전용 127㎡의 매매 시세는 8억1000만원으로 부담해야 하는 중개보수가 최대 405만원인 반면, 인근 목동신시가지 전용 101㎡ 전세는 6억2000만원인데도 중개보수가 최대 496만원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 단지는 같은 물건을 매매로 계약할 때와 전세로 계약할 때 희비가 엇갈린다. 매매 시세가 8억~8억8000만원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전용 119㎡는 최대 400만~440만원의 중개보수가 적용되지만,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 전세는 6억3000만~7억 원에 거래되는 까닭에 504만~560만원을 내야한다.
 
◇ 서울시가 반값 중개수수료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전세와 매매 간 중개보수 역전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료=각 중개업소)
 
물론 개정된 중개수수료율의 적용을 받는 주택에 사는 사람들조차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사는 사람들까지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애초에 수수료율 개편의 취지가 불합리한 중개보수 역전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결국 서민도 고가주택 거주자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채 논쟁만 일으켰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책을 시행할 때 구간을 나눠서 차등적으로 하다보면 분명 손해를 보는 구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특히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전세로 산다고 무조건 매매보다 자산이 적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같은 가격이라면 집을 매매하는 사람들이 전세로 계약하는 사람들보다는 자산이 많다고 간주되고, 매매가 전세보다는 계약하기 힘들고 따져볼 것도 많기 때문에 세금도 돈 많은 사람들이 더 내듯이 수수료도 매매에서 더 많이 걷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어쨌든 전세금 중개보수 역전 현상을 조정하기 위해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는데도 역전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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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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