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인사 중 이완구 총리의 의혹에 대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상 첫 현직 총리의 소환 조사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9일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에 이름만 적혀 있던 이 총리는 <경향신문>이 공개한 녹음 파일을 통해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사정한다고 소리 지르고 있는 이완구 총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사실 1호"라면서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3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 지난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 당시의 증언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측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최근 "성 전 회장은 칸막이 안에서 이 총리를 만났다"며 "(회장의 지시로) 비타500 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왔다"고 전했다.
또한 이 총리가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적은 없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이 총리를 수행한 운전기사가 "현역 의원들은 다 독대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이 총리의 답변이 계속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스스로 의구심을 증폭시키게 하고 있다.
처음 본인이 이름이 적힌 성 전 회장의 메모가 발견했을 당시 이 총리는 "같은 충청 출신이란 점 외엔 인연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JTBC>가 입수한 성 전 회장의 일지에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두 사람은 23차례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 전 회장의 금품이 2012년 대선 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총리는 당시 행적에 대해 "그해 1월 초순 혈액암으로 입원해 4월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고, 12월 대선에도 관여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당시 새누리당 충남명예선거대책위원장으로 대전·충남 지역의 유세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고, 12월7일 충남 천안 유세에서 7분40초간 지지연설을 한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당의 이 총리 수사 촉구에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수사 논리대로 하겠다"며 사실상 '가이드 라인'에 맞대응하고 있지만, 이 총리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 역시 지난 13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의 소환 요청에 응할 것이냐는 물음에 "당연하다"며 "총리를 포함해서 누구도 수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다음날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국무총리 본인께서도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했고, 국정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무총리부터 수사해줄 것을 검찰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충청권 2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총리의 퇴진과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이 총리에게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6일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총리가) 계속 자리에서 버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우리 당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기 위해 이완구 총리가 본회의장으로 향하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