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지난해 말 시작된 강동구 재건축 이주와 함께 연접도시인 경기 하남시의 전세시장이 초토화됐다. 부득이하게 이사를 해야 했던 전세난민들이 하남으로 밀려들며 전셋값을 전국 최고조로 올려놨다.
올해 상반기 재건축 이주가 집중된 강남구와 서초구는 인근 동작구와 경기 성남시의 전세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2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하남시 아파트 전셋값은 5.87%나 올랐다. 전국 시·군·구 중 최고 상승률이다.
하남은 강동구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며 대체지로 떠올랐고,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강동구는 고덕2단지 2771가구, 고덕4단지 413가구, 삼익그린1차 1560가구 등 4700여가구가 지난해 말 이주를 시작했다.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하는 세입자들이 하남으로 몰리며 전세값이 급등했다.
고덕동 수요는 강동구 전체로 퍼지며 지역 전세값을 4.35% 올려놨다. 전국에서 6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강동구에서 시작된 한강이남권 전세난은 강남구와 서초구 재건축 이주가 더해져 전세대란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강남구는 상반기 약 1800여가구가 이주하는데, 이중 77%인 1400가구가 개포주공2단지 주민들이다. 이 곳의 전세값이 1억원~1억4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비슷한 인근 다른 개포단지와 성남권역의 전세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전세값이 전국 최고인 강남구는 올들어 2.69% 올랐다.
채은희 개포공인 대표는 "1단지는 노후 아파트라 전세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편인데 2단지 이주로 전월세 모두 부족한 실정"이라며 "여기서 찾지 못하면 낮은 보증금, 직장과의 이동 거리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서울은 힘들고 성남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로 이주를 진행중인 강남구 개포주공 2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DB)
재건축 단지의 면적이 크고 고가인 서초구는 동작구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는 흑석동과 사당동에서 학군을 공유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군 수요가 많은 서초구의 특성상 서초구 내 이동을 못한 세입자들이 동작구로 밀려들 확률이 높다. 이는 바로 동작구의 전세난으로 이어지며 경기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서초구는 반포한양 372가구, 삼호가든4차 416가구, 서초우성2차 401가구, 서초한양 456가구, 신반포5차 555가구 등이 이주 중이다. 전셋값은 평균 2억7000만원~4억5000만원이다.
서초구는 올들어 4.54% 상승, 전국에서 4번째로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동작구는 2.80% 상승해 한강이남 자치구 중 4.37% 오른 강서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서초권은 학군과 교통 로열티가 강한 곳인데다 전세가가 높아 가까운 흑석동이나 사당동 이주가 가능해 이들 지역의 전세난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가 재건축 이주 시점 조율에 나섰지만 이미 전세시장은 이미 손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당초 개발 시점 자체를 조율해야 했지만 강남발 부동산 불안을 우려한 억제책으로 재건축이 일시에 몰리는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