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상보육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의 보육료 지원정책에 쓴소리를 던졌다.
모두에 대한 일률적인 금전적 지원 위주의 보육지원정책이 과연 효과적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KDI의 주된 지적이다. 특히 보육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전적 지원보다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KDI는 22일 '보육료 지원정책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펴내고 "현행 보육지원체계는 영유아가 있는 모든 가구에 대한 보육료 지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보육료 지원정책 효과는 가구의 특성에 따라 달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KDI FOCUS 보육료 지원정책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일률적인 금전적 지원보다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News1
그동안 정부의 보육료 지원정책은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보육료를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해 왔다. 이후 지속적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해 지난 2009년에는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이하 가구까지 소득에 따른 차등지원이 이뤄졌다.
2012년에는 가구의 소득, 재산과 상관없이 만 0~2세 및 5세 아동에 대해 보육료 전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는 만 3~4세의 경우도 가구의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100%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현재 만 0~5세 전소득계층에 대한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만 5세 이하 무상보육 실시에 따라 영유아 기관 이용 수요가 급증, 정작 보육기관 이용이 필요한 맞벌이 가구는 보육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육기관의 시설이나 교사인력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육기관 이용이 크게 증가해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 하락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KDI는 "모두에 대한 금전적 지원 위주의 보육지원정책이 효과적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영유아가 있는 모든 가구에 대해 무상으로 동일한 양의 12시간 종일제 보육기관 이용을 지원하는 정책은 실제 수요와 괴리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KDI는 "보육료 지원을 여성의 취업 여부, 가구소득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보육서비스 이용의 필요성이 보다 절실한 취업모를 위해 취업 여부에 따라 혜택의 차이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보육기관 이용에 대한 금전적 지원 효과가 크지 않은 고소득 가구까지 금전적 지원이라는 틀에 맞춰 보육지원 체계를 짜기보다는 보다 실제적인 필요에 맞게 보육지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보육료를 지원하는 외국의 경우 여성의 취업 여부, 가구소득 등에 따라 이용혜택과 자가부담액에 차이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보육지원이 애초에는 일을 하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시작됐으나 2001년부터는 일을 하지 않는 여성도 대상에 포함했다.
스웨덴 정부는 일을 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보육지원을 달리하는데, 일을 하는 경우에는 주당 40시간, 일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당 15시간으로 보육기관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KDI는 보육료 지원체계 조정을 통해 절약될 수 있는 재원은 보육기관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보육의 질이 보육서비스의 실제 수혜대상인 아동의 발달과 여성 고용률 제고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KDI는 "정체상태에 있는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육료에 대한 금전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보육기관의 질적 수준이 담보되고 그 질적 수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이어 "보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것은 보편적 금전적 지원에 앞서 보육정책의 기본적 목표가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교사의 자격체계 정비 및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직접적인 투자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