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진행되었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24일 끝났다. 군사훈련은 ‘기간이 가장 짧은 실전’이라는 효과를 거둔다. 한미 군사훈련 기간에는 남북대화도 중단되었다.
이제 군사훈련이 끝났으니 남북관계는 개선될까? 개성공단 임금인상을 둘러싼 갈등은 해소될까? 지난 17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4월이 지나면 남북대화에서 성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상황은 녹녹하지 않다. 개성공단 임금인상 문제나 대북 전단 살포, 5·24 조치 등 갈등 사항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개정했다. 북측 노동자의 연간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 5%를 폐지했다. 그리고 이번 3월분 임금부터 기존의 월 최저임금 70.35달러에서 5.18% 인상한 74달러를 기본급으로 산정하라고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당국간 협의가 없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측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뉴시스
북한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74달러는 월급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연방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이다. 북한과 미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만, 월 최저임금 74달러와 시간당 최저임금 10.10달러를 둘러싼 논란을 비교해보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또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 개발) 구상 앞에서는 개성공단 임금 논란을 하는 남·북한이 한없이 작아 보아기까지 한다. 남·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 월 3.65달러 인상을 가지고 다투던 지난 20일 시진핑 주석은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파키스탄에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를 연결하는 총 연장 3천㎞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건설하기 위해 460억 달러(약 50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역외 가공지역을 인정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물품은 한국산 원산지로 인정되어 중국으로 수출될 수 있다. 인구 1억5천의 중국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나진·선봉에 ‘제2의 개성공단’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즉, 지금은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건설을 시도해야할 때인 것이다.
중국 동북 3성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0~12.0%이다. 중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인 7.7% 보다 높다. 한중 FTA는 동북 3성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남북은 개성공단 임금 인상분 월 3.65달러를 가지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의 ‘일대일로’ 구상에서 한반도는 빠져 있다. 개성공단을 활성화하고 나진·선봉에 제2의개성공단을 만드는 것은 시진핑의 일대일로 구상을 한반도까지 확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 시장과 북방 대륙 경제로 진출해 한국의 신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시진핑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일대일로’ 구축과 연결되어 있다.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에서 육상과 해상에서 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대규모 인프라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AIIB에 속속 가입했던 이유는 ‘일대일로’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그 자체로도 우리 중소기업의 활로이다. 남북관계가 정치적으로만 안정된다면 많은 기업들이 개성공단으로 진출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환(環)황해권 개발, 그리고 동북 3성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제2의 개성공단 건설을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개성공단에 뿌린 씨앗이 자라나지 않는다면 환황해권 개발이나 동북 3성 진출 가능성은 싹트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필자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중국 시장과 대륙으로의 진출만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한국판 일대일로를 구상해야 한다.
열쇠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개성공단 임금인상 문제는 남·북한 공동번영의 시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개성공단 임금 타결을 남북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아서 6·15 공동선언 15주년 행사와 광복 70주년 행사를 성공시키는 모멘텀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